이번에 한국에서 벌어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 사태가 대표적인 히드라 이벤트였다. 이쪽을 잡고 나면 다른 쪽에서 더 큰 사건이 터졌다. 한 병원을 단속하고 나니 더 큰 병원에서 사고가 커졌다. 해당 병원의 직원들을 전원 격리시켰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병원의 파견직원들한테서 추가적인 문제가 생겼다. 2주일이 잠복기라고 했으나 2주일이 훨씬 넘어 발병하는 환자도 나타났다. 이미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는 고령 환자들만 걱정하면 된다고 했는데 별다른 질병이 없는 중장년층 환자 가운데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끊임없이 터졌던 것이다.
국민 모두가 사태가 잦아드는 조짐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메르스 같은 국제적(?)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제화 시대인데다 한국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수출입 비중이 유난히 커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 감염이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치사율이 높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위험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이 같은 히드라 이벤트의 상시화를 전제로 한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고 관련 법이 철저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복지 쪽에 지나친 무게 중심이 주어진 결과 보건분야의 전문성이나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 같은 기관의 지휘체계와 독립성, 전문성이 차제에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소강국면에 들어서면 이제 여기저기서 책임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만 큰 책임론 이전에 더 시급한 것이 있다. 왜 사태가 그렇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확실한 재발방지 시스템의 구축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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