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지천리길’-한려해상국립공원ㆍ섬진강길ㆍ지리산둘레길 400여km를 이어 걷는다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주는 생태문화탐방길이 열렸다. '한섬지 천리길'로 불리는 이 길은 바다ㆍ강ㆍ산을 이어주는 영호남 통합의 길이다. 한려해상길 중 남해바래길 1,2코스가 만나는 가천다랭이마을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의 모습, 섬진강을 따라 길을 걷다보면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 중 만난 고택 쌍산재는 운치가 그만이다.(사진 왼쪽부터)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주는 생태문화탐방길이 열렸다. '한섬지 천리길'로 불리는 이 길은 바다ㆍ강ㆍ산을 이어주는 영호남 통합의 길이다. 한려해상길 중 남해바래길 1,2코스가 만나는 가천다랭이마을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의 모습, 섬진강을 따라 길을 걷다보면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 중 만난 고택 쌍산재는 운치가 그만이다.(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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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한섬지 천리길'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한려해상 국립공원,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 주는 생태문화탐방길을 말합니다. 그 길이만 해도 400㎞가 훌쩍 넘습니다. 말 그대로 천리길은 산과 강, 바다를 잇고,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길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조성한 이 길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길을 재정비해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길은 크게 세 코스로 나뉘어집니다. 남해 바래길과 이순신 바닷길, 바다백리길 등 남해안의 한려해상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중심이 된 지리산길 그리고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한섬지 천리길' 가운데 국립공원의 추천을 받아 경남 남해의 바래길과 전남 구례의 지리산 둘레길 구간을 걸었습니다. 바래길은 아름다운 남해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지만 척박한 땅에서 살아야 했던 남해 사람들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그런 곳입니다. 둘레길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온 몸을 씻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길입니다. 강가의 누렁이는 초여름 땡볕에 늘어진 하품이 정겹고, 지리산 능선들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합니다.
남해 바래길 1코스를 걷고 있는 사람들

남해 바래길 1코스를 걷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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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사람들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삶의 길-남해 바래길
남해 바래길 1코스 다랭이 지겟길과 2코스인 앵강다숲길 중 일부를 걸었다. 1코스가 바래길의 본령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면 2코스의 주인공은 앵강만(鸚江灣)이다. 1코스와 2코스를 가르는 경계가 가천 다랭이마을(명승 제15호)이다. 가천마을 왼쪽으로 평산항까지 16㎞ 길이 다랭이 지겟길이고, 오른쪽으로 벽련마을까지 18㎞ 길이 앵간다숲길이다.


지겟길의 시작은 평산항이다. 마을언덕에 오르면 남해바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 후련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이 경쾌하다. 한 구비 돌자 마늘밭과 다랑이논, 쪽빛바다가 다가온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어머니처럼 길도 장식 없이 수수하다. 길은 줄곧 해안을 끼고 들고난다. 바다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는 자그마한 언덕을 넘고 마늘밭의 둑을 지난다. 숲길을 지나기도 하고 백사장을 따라 걷기도 한다. 바래길에서는 자주 뒤를 돌아다봐야 한다. 다른 길과는 달리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걸어온 길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1코스의 끝은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바다로 뚝 떨어지는 산비탈에 100여층의 논이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다랭이 논은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던 남해 사람들의 아픈 삶의 풍경이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 중 하사마을의 들녘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 중 하사마을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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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논과 바다가 만나는 언덕배기 정자에서 2코스 앵간다숲길이 시작된다.
길은 남해 앵강만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로 곁에 두고 즐기며 걷는 숲길이다. 앵강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마련된 쉼터 나무의자에 앉았다. 남해바다를 내 품에 안는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앵강만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앵무새가 우는 강, 다시 말해 앵무새 우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바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앵강만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앵강마을을 바라보는 해안가 마을도 평화롭기는 마찬가지다.

숲과 바다,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앵간다숲길, 한 뼘 한 뼘 사람이 빚어낸 길을 걸으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법을 마음으로 느낀다.


종착지인 벽련마을을 앞두고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드넓은 앵강만의 바다가 두 팔 벌려 안아줄 듯 파란 미소를 지어보인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에 있는 쌍산재. 아이들을 가르치던 서당채 가는길이 고즈넉하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방광 구간에 있는 쌍산재. 아이들을 가르치던 서당채 가는길이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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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은 동네마실길과 멋스러운 쌍산재-지리산 둘레길
둘레길 여정은 오미~방광구간(12km)이다. 지리산과 섬진강 기운을 듬뿍 받는 그런 길이다. 임도와 숲길, 구례 들판을 지나고 운치 그득한 쌍산재와 고찰 화엄사의 장엄함도 느낄 수 있다.


들머리인 오미마을은 조선시대 양반가를 엿볼 수 있는 운조루가 유명하다. 운조루가 자리한 집터는 남한의 3대 길지 중에 한 곳으로 꼽힌다. 길지의 기운을 받아 신발끈을 조이고 길을 나선다.


신라 흥덕왕 때 형성된 하사마을은 드넓은 들판이 인상적이다. 저 멀리 섬진강을 끼고 자리한 들판에 벼가 쑥쑥 자라고 있다. 저수지 바로 옆과 마을 앞에 당산과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상사마을에 들면 둘레길 옆으로 '쌍산재'란 현판을 내건 한옥을 만난다. 쌍산재는 현 해주 오씨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 뒤 200년 넘게 살고 있는 고택이다. 고조부 때 서당채인 쌍산재가 세워진 이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쌍산재 안채와 별채 사이의 돌계단을 지나면 대숲과 동백숲이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쌍산재 안채와 별채 사이의 돌계단을 지나면 대숲과 동백숲이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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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산재에 들기전 대문 오른쪽엔 당몰샘이란 우물이 있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지리산 산삼 썩은 물'이라고도 불린다. 가뭄에도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며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당몰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건너채가 있다.


쌍산재 최고의 볼거리는 집터 가장 높은 곳에 숨어 있는 서당채다. 가는 길부터 운치가 남다르다. 안채와 별채 사이의 돌계단을 지나면 대숲과 동백숲이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짙은 대숲을 빠져나오면 초록빛 잔디밭이 펼쳐진다. 가정문(嘉貞門)이란 중문을 지나면 좁은 길 끝에 서당채가 나온다. 한때 서당으로 쓰였던 건물인데 널찍한 대청마루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마루 위에는 쌍산재라 쓰인 현판이 선명하다. 서당채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밖으로 난 작은 문을 나서면 사도지라 불리는 저수지와 만난다. 맑은 날엔 물빛이 푸른 비췻빛으로 빛난다고 한다. 저수지로 난 문의 이름도 그래서 영벽문(映碧門)이다.


물길과 나무덱을 지나면 숲속 개울가에서 뛰노는 동네 꼬마녀석들의 웃음소리에 절로 기운이 샘솟는다. 곧이어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가 있는 황전마을이다. 사무소 옆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에선 반달가슴곰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둘레길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들러볼 곳이 있다. 신라시대 고찰 화엄사다.

화엄사 보제루 대청에 앉아 바라보면 지리산의 맑은 바람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화엄사 보제루 대청에 앉아 바라보면 지리산의 맑은 바람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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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의 많은 전각 중 보제루의 매력에 반하는 사람이 많다. 일주문을 지나 적당히 굽은 길을 따라 금강문, 천왕문을 지나면 보제루다. 단청이 없는 소박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자연 그대로의 굵은 나무를 굽은 대로 설렁설렁 다듬어 사용했다. 하나같이 이리 휘고 저리 굽어 마치 기둥들이 춤을 추는 듯하다.


보제루에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대개 절에서는 누하 진입이라 해 누각 아래로 들어가지만 기둥 높이를 낮게 만들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보제루를 끼고 돌면 너른 마당이다. 뒤로는 지리산이 너른 품을 벌려 대가람을 감싸고 있다. 보제루 대청에 앉아 다리쉼을 한다. 지리산을 타고 넘은 바람이 온 몸을 감싸고 지나간다. 절로 호흡이 깊어진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두 개의 탑이 서 있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이, 서쪽 탑 위쪽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한섬지천리길에서 만난 풍경들

한섬지천리길에서 만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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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길을 따라 가다 만나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모습.

섬진강길을 따라 가다 만나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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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를 나와 당촌마을을 지나면 돌담이 예스러운 수한마을이다. 마을회관 옆 520년 수령의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 앉는다. 논일을 마친 촌로가 건네는 시원한 물 한잔에 정겨움이 가득하다. 수한마을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들판에 서면 종착지인 방광마을로 곧장 이어진다.


천은사와 성삼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방광마을은 임진왜란 때 외지인이 피란 와 마을이 형성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본래 판관이 살았다 하여 팡괭이라 불리다 방광으로 변했다. 인근에는 매천 황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섬진강을 끼고 걷는 섬진강길 구례 구간도 걸어보자. 수달서식지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오산, 사성암, 오봉산 등이 걷는 내내 함께 한다. 이 길에선 경술국치 후 매천 문하생들이 나라 잃은 울분을 달래며 1917년 성금을 모아 세운 용호정이 운치있다. 섬진강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용호정 마루에 앉았다. 유유히 흘러가는 물소리와 솔바람 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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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ㆍ구례=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aie.co.kr

한섬지 천리길

한섬지 천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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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한섬지 천리길= 현재 조성된 구간은 42개로 총 52개 구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리는 450㎞쯤 된다. 지리산 국립공원 코스가 270㎞로 가장 길고, 경남 남해와 통영 일부를 포함한 한려해상 국립공원 코스가 130㎞, 섬진강 구간이 50㎞ 정도 된다. 개별적으로 '한섬지 천리길'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것도 방법이다. 한섬지 생태탐방 프로그램은 3~10월까지 연 8회 운영되고 7~8월에는 산ㆍ바다 문화주간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지역 예술인의 문화공연, 가이드 해설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한다.


▲참여방법= 한려해상 2개, 지리산 3개 사무소에서 각각 코스별 운영일 2주 전까지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문의 및 신청은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055-860-5800),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055-640-2400),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055-972-7771~2), 지리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063-630-8900),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061-780-7700) 자세한 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에 기대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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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일몰

섬진강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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