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허위기재 목사, 法 "청빙결의 무효"
-13년 경력 내세워 100대 1 경쟁률 뚫고 위임목사직
-알고보니 경력 40%는 안식년, 법원 "중대한 하자 있어 결의 무효"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경력을 허위로 기재해 위임목사가 된 교회 목사가 법원의 판결로 자리를 잃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여미숙 부장판사)는 고모씨등 H교회 장로·신도 24명이 담임목사 전모씨와 H교회를 상대로 낸 '위임목사청빙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전씨는 2010년 H교회의 '위임목사 청빙공고'에 지원했다. 전씨는 1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후보에 올라 면접을 통해 위임목사로 취임했다.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 유명교회의 목사 자리에 오른 그였지만 허위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이력서에 1997년부터 2010년 3월까지 미국 조지아주 A교회를 개척 후 현재까지 담임교사로 시무했다고 썼다. 그러나 2003년부터 2007년 말까지 5년간은 그가 안식년으로 쉰 기간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이하 총회) 재판국은 2013년 전씨가 경력을 허위로 기재해 청빙 과정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우월한 점수를 받았다며 청빙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국은 일부 교인들이 이력서 허위 기재로 고소를 하자 그에게 면직·출교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전씨는 총회 재심 재판부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다. 재심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전씨의 면직 처분을 파기하고 시무정지 6개월 로 감형하는 한편 청빙결의 무효 판결도 원고적격이 없는 자들에 의해 제소됐다는 이유로 파기했다. 총회 1심 재판국 인원들은 전원 교체되기도 했다.
전씨의 위임목사 수행을 막기 위해 교인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위임청빙결의 무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 "전씨의 경력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지 않는 기간이 40%에 이르는 점을 교회가 알았다면 그를 위임목사로 청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교회는 그러나 법원의 판결 후에도 허위경력을 기재한 전씨를 담임목사로 청빙한 뒤 승인 절차를 완료했다. 전씨가 항소했고 시무정지기간도 끝났다는 이유에서였다. A교회는 전씨가 청빙위원들을 속이거나 허위이력을 기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위임목사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목회경력은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소로 보인다"며 "전 씨를 위임목사로 청빙한 결의는 그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결의로 인해 원고들의 법적 지위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청구 취지가 없다는 교회측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목사는 종교상의 지위와 함께 독립적인 실체를 갖는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교회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가진다"며 "전씨의 위임목사결의에 따라 신도인 원고들의 교회 내 법적 지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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