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으로도 빌라 투자 가능”…전세난·저금리에 젊은층도 몰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다세대주택 두 채를 샀다. 부모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고액 연봉자도 아니다. 투자한 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한 채당 매매 가격이 2억5000만원 정도였지만 전셋값 비율이 90%에 이르렀기 때문에 보증금을 끼고 '다주택 보유자'가 됐다.
여윳돈을 놓고 오래 고민한 결과였다. 은행에 넣어놔봤자 이자 수입은 쥐꼬리만하고, 주식에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크다고 봤다. 다세대주택 매입을 택한 것은 소액 투자로 안정적 수입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예전처럼 집값이 치솟지는 않겠지만 일단 전세를 끼고 사놓았다가 나중에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꺾일 줄 모르는 전셋값이 그의 선택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매입한 이후에만 수천만원씩 전세 시세가 뛰었기 때문이다. 다음달 전세 재계약을 하면 5000만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다.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때문에 세입자는 차고 넘친다.
최씨의 사례는 최근 다세대ㆍ연립주택 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신풍속도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데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수천만원의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세대주택은 개별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 중 1개 동 연면적이 660㎡ 이하인 4층 이하 주택이다. 1개 동 연면적이 660㎡를 초과하면 연립주택이다. 다세대ㆍ연립을 통칭해서 흔히 빌라로 불린다.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서울의 경우 전셋값이 계속 올라서 보증금을 끼면 1000만원에서 2000만원만 투자해도 살 수 있는 다세대ㆍ연립이 있을 정도"라면서 "워낙 수요가 많다보니 서울 강남권에서는 다세대ㆍ연립을 지을 수 있는 다가구나 단독주택 부지가 거의 소진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추계한 자료를 보면 강남4구(서초ㆍ송파ㆍ강남ㆍ강동)에서 올해 공급되는 주택 물량보다 멸실량이 6500가구가량 더 많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렸기 때문인데, 그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ㆍ연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달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억7900만원인데 비해 다세대연립은 8600만원으로 반값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은 아파트 2억3144만원, 다세대ㆍ연립 1억62만원, 서울은 아파트 3억2429만원, 다세대ㆍ연립 1억3279만원으로 격차가 훨씬 크다. 다세대ㆍ연립의 매매 가격도 수도권 평균 1억6626만원, 서울 2억2327만원에 불과하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 대상으로 다세대ㆍ연립을 사려는 젊은 층의 수요도 많다. 장 대표는 "50~60대의 경우 여전히 아파트 위주로 생각하지만 30~40대는 적은 돈으로 투자할 곳이 다세대ㆍ연립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월세로의 전환이 대세라고 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입원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집중되는 강남권이나 역세권이 아닌 외곽지역에서는 다세대ㆍ연립의 인기가 여전히 시들한 곳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도봉구 쌍문동에 분양한 한 다세대주택의 경우 최초 분양가 2억1800만원에서 올 들어 2억1000만원으로 할인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또 단기간에 다세대ㆍ연립 건축이 집중되면서 도로나 주차, 방범 등 공공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치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연간 20만가구 규모의 다세대주택 인허가가 몰리면서 2004년부터는 '역전세난'이 심각한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몇 년 후면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그만큼 다세대ㆍ연립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으며 2000년대 역전세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여전히 다세대 주택의 품질은 아파트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잦은 수리로 인한 관리 비용이나 리모델링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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