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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행정절차=민주주의'라 우기는 서울시 공무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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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행정절차 다 밟았다. 그러니 문제될 것은 없다."
10일 오후 서울시가 주최한 대중교통요금 공청회에서 한 공무원이 이렇게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이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항의성 발언에 대한 답이었다. 공무원은 요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관련 법규에서 정한 각종 심의 등의 절차를 다 거쳤으니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시가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둘러싸고 벌인 행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000만 시민의 대표 기관'인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안을 의결한 것이 시작이었다. 경기ㆍ인천ㆍ국토교통부ㆍ한국철도공사 등 관계기관 협의도 거쳤다.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버스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요금인상을 의결했다. 절차만 보면 합리적이며 정당하다.

'정성적 평가'는 어떤가. 행정절차만 준수했다고 해서 시민의 의견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는 없기에,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는 얘기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서울시의 공식 입장은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인상계획을 물었을 때 부인했던 것이 서울시 공무원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4개월여가 지난 올 4월16일 서울시는 갑자기 시의회에 요금인상 의견청취안을 제출한다. 이후 버스 요금 150~450원, 지하철 요금 200원을 인상하는 계획안은 여러 단계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된다. 이제 12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만 거치면 최종 확정돼 27일부터는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
최초 의견을 낸 때부터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시민의 피부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이 뚝딱 결정되는 셈이다.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을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물론 요금 인상을 시민 대부분이 싫어하기 때문에 여론에만 의존해서는 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정책이 결정됐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시의회나 버스정책심의위가 시민의견 수렴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런 시각이 많다. 시의회는 당초 서울시 계획에도 없던 마을버스까지 요금을 150원 인상하도록 추가하는 역할을 했다. 버스정책심의위 역시 시민보다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왔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박원순 시장이 주창하는 '열린 행정'이란 구호 속에서도 여전히 공무원이나 의회는 한번 결정한 바를 신속하게 결정하려고만 하는데 열을 올리는 듯 하다. 또한 주어진 행정절차만 거치면 민주적인 결정이라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식 서울시정'의 실체가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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