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문화도 확산에 한몫
9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아산병원(1명)과 여의도성모병원(1명), 한림대동탄성모병원(2명)에서 추가로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 병원은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퇴원 뒤 거쳐간 병원이다. 이로써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은 모두 9곳으로 늘었다.
국내 병원들이 감염병에 취약한 가장 큰 이유는 개방형 공간이라는 점이다. 병원은 물론 응급실까지 모든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다. 미국과 일본에선 보호자의 경우에도 허가를 받고 면회를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방문객에 대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의료계에선 "병원 화장실은 공원 화장실만큼 지저분하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 환자와 호흡기 질환, 유아가 모두 한 공간에서 응급치료를 받는다. 삼성병원에서 감염자 37명 전원이 응급실에서 근무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이고,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에서 감염된 경우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누군가 병원에 들어와 오염시키는 것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며 "중증환자와 감염환자가 식별이 안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인실 및 문병문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병원은 정책적으로 한 병실에 여러 환자가 지내는 '다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체 병상의 70%를 4인실 이상 다인실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한 병실에 머물던 환자 모두가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
최초 확진자의 경우, 평택성모병원 2인실 병실에서 부인은 물론 함께 입원한 3번 환자(76, 사망)와 자녀 등 5명을 감염시켰다. 16번 환자도 대전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에서 다인실을 사용하면서 같은병실을 쓰던 환자들을 모두 감염시켰다. 메르스 확진자 95명 가운데는 배우자를 간병하거나 지인에게 문병을 갔다 감연된 경우가 31명에 달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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