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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의 구별' 논리교과서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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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 사용설명서

논리학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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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의 철권정치에 맞서 젊은 목숨까지 내던지는 민주화 투쟁으로 대학 캠퍼스는 연일 최루탄 가스가 난무했다. 평소의 주장과 성향에 비추어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 같은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는 컸다. 그 중 한 사람이 고려대에서 막 철학 강의를 시작했던 도올 김용옥이었다. 그는 “우리가(사람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이 현명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문제는 ‘말 할 수 있는 것은 말을 하되, 말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는데도 통하는 사회는 비논리적인 사회다. 우리가 그렇다. 특히 일부 정치인, 지식인들은 매우 뻔뻔하게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 되는 말인 것처럼’ 늘어놓는다. 말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옳은지 그른지 따져보는 것)를 안 하거나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내 밥그릇, 내 편’이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고 따라주기 때문이다. 실정이 이러니 정치사회적 다툼의 말들이 ‘동네 막걸리 말싸움’보다 논리가 안 선다. 최소한의 염치와 체면, 국제외교상의 신뢰 따위를 염두에 두는 말은 어리석은 사치일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시민과 공유가치 부재의 사회가 원인이다. 경제기적에 취해 마구 내달리는 동안 시민의식이 희생을 당했다. 서양에서 거의 100년이 걸린 시민사회 형성의 경험지층을 건너뛴 것이다. 경제는 시간단축이 가능하지만, 사회는 단축과 생략이 불가능함을 잊었던 것이다. 시민의식이 없다보니 나와 다르면 틀린 사람이자 적일 뿐 배려도 타협도 없다. 윤리와 도덕의 수준에서 도대체 서로 말이 안 통하니 민사소송이 일본의 열 배에 달한다. 법치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대법관이 1년간 판결하는 소송 건수가 1,800여 건에 달하는 나라가 우리 한국이다.’ (송호근 지음. ‘나는 시민인가’ 인용)
그러니 이제라도 말이 되는 말 좀 하자고 펴낸 책이 ‘(어디서든 통하는) 논리학 사용설명서’이다. 논리 왕초보들의 합리적 논쟁(디베이트)술을 위한 매뉴얼이다. 말 그대로 동네 막걸리 판부터 TV 100분 토론까지, 초등학생부터 정당의 대변인까지 어디서든 다 통한다. 쉽고 간결하나 짚을 건 다 짚었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아는, 근거를 가지고 제대로 주장하고, 남의 옳은 주장은 받아들일 줄도 아는 ‘교양적 시민’이 되기 위한 논리학 기초 교과서다. 나의 주장을 위한 근거 갖추기, 숨은 오류를 찾아내 상대의 주장 허물기가 핵심이다.
현실(내용)이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에 버금가는 이론(형식)이 필요하다. 웬만큼 안다고 미리부터 자신하기보다 스스로 충분히 논리적인 사람인지, 오류투성이의 사람인지 이 책의 이론들로 자기검열을 해 볼 필요도 있겠다. 모든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 좋은 사람’과 양비론으로 합리를 표방하는 사람 중에 ‘알고 보니 속은 까마귀’인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논리학 이전에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의 시사상식 공부도 꽤 된다. (논리학 사용설명서 / 케빈 리 지음/ 이지스에듀 펴냄 / 1만 5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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