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끊임없는 협상이 오가는 정치권에서 최근 관심을 끌었던 전략은 '연환계'다. 말 그대로 '고리(環)로 잇는(連) 계략(計)'이라는 뜻이다.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수상전에 약한 병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선(戰船)을 쇠사슬로 엮는 전략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협상테이블에 굴비 엮듯 자꾸 새로운 협상카드를 꺼내 올리는 야당의 전략이 조조의 그것과 비슷해 붙여졌다.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는 연환계는 매력적이다. 모든 요구사항을 줄줄이 엮어 통 크게 합의에 이를 경우 체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의 경중을 가리기 힘든 협상과정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제안의 크기를 따지기 어렵다보니 이런저런 카드를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게 가능하다.
반면 한군데가 위기에 빠지면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성공에 따른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연환계의 특성이 극단을 오가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곱씹어보면 성공 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연환계'가 등장한 적벽대전에서도 조조는 선단을 묶어 병사들의 두려움을 없애는 데는 성공했지만 적군의 화공(火攻)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 결과적으로는 궤멸되고 말았다. 연환계의 비극적인 결말인 셈이다.
소설 속에서만 머물던 '연환계'가 시사용어로 회자되기 시작한 때도 1997년 엄습한 외환위기였다. 상호지급보증, 순환출자 등으로 기업을 집단화한 재벌의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진 것을 '현대판 연환계의 종말'로 빗댔다. 한 계열사 부도가 재벌 전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경제전문가들은 "재벌계열사가 무너지는 것을 보니 적벽대전서 연환계에 묶인 조조군과 같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연환계는 다시 한번 세간의 화두가 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전세계로 퍼지는 금융위기를 보며 "세계 최대 전쟁 중 하나로 꼽히는 적벽대전의 연환계가 연상된다"며 경계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 투자업계에서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철칙이 유행했듯, 연환계도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하나둘씩 테이블에 올리는 전략이 성공 보다는 오히려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꺼내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카드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과적으로는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와 상관없는 시행령 개정을 협상카드로 내놓은 것은 '오버(?)'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여기에 다른 법안 처리까지 위태롭게 만들면서 원성은 더욱 커졌다. 야당의 연환계 전략이 우려스런 이유다.
정치권 협상전략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연관성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협상카드는 오히려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늑장 법안 처리로 덧씌워진 '무능국회'라는 오명도 속전속결 논의가 생활화돼야 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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