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에 나왔다는 이유로 5ㆍ18 기념행사에서 부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아리랑'도 금지곡이 돼야 하는건가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서른 다섯 해째를 맞은 18일 오전 10시, 인권의 도시 광주(光州)에서는 두 행사가 동시에 개최됐다. 하나는 정부가 주관하는 제35회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5ㆍ18 단체와 유가족ㆍ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기념행사였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단일한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지만 벌써 3년째 행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둘로 나뉜 기념행사의 발단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 1982년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숨진 시민군 대변인 고(故) 윤상원(30)씨와 야학운동 중 숨진 고 박기순(20ㆍ여)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다. 이후 광주를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 노래가 2009년 국가보훈처에 의해 기념행사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며 논란이 됐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이 노래의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반드시 제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식 기념행사 주관기관인 보훈처는 "1991년 북한의 5ㆍ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논란이 야기됐다"며 "작사가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훈처가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에 실렸다고는 하나, 이런 식이라면 북한에서 자주 부르는 전통민요도 금지곡이 돼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큰 문제는 보훈처의 '역사의식'이 아닌가 싶다. 여ㆍ야 정치권은 2년 전 이 노래를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측이 어디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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