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횡포' 사회…기득권세대 이기주의가 미래세대 '등골브레이커'로
정치, 세대갈등의 뇌관을 건드리다…국민연금·일자리 다루는 정치권의 무개념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한국 정치가 고령화ㆍ저성장 사회의 필연적 과정인 세대 간 갈등의 뇌관을 앞뒤 재지 않고 툭 건드렸다.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안에 합의하면서 국민공감 없이 내놓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이야기다. 갈등조정 능력이 전무한 우리 정치의 현실을 감안할 때, 준비 없이 불거진 세대갈등 회오리가 갈 길 바쁜 대한민국호(號)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관련기사 참조).
이번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논란의 중심부에는 세대 이기주의가 있다. 미래의 부담을 끌어다 현재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선거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50대 이상 국민에게 구애(求愛)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앞으로 70년간 1600조원에 이르는 돈을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한다. 현재 이 제도를 구상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아닌 모두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란 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노인들의 연금을 대느라 허리가 휠 테지만, 정작 자신들이 늙었을 때 연금이 남아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젊은 세대를 볼모로 삼아 세대갈등을 촉발시켜 온 사례는 특히 현 정부 들어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대선 공약의 핵심은 기초연금ㆍ4대질환 보장 및 반값등록금이었다. 앞선 2가지는 노년층을 위한 공약이며, 등록금은 젊은 층 상대의 공약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선거 후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준 관심의 크기는 50대 이상 유권자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아 탄생한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초연금과 4대질환 보장에 대한 정치권의 강한 집착은 반값등록금에 대한 관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반면 정치권이 젊은 세대의 미래 보장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국민연금 이슈에 매몰된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국회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6일, 경제활성화 법안 9개 중 6개의 처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현 세대는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지금의 청년세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이다. 이제는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연금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동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다, 떠나라'는 식의 접근법에는 88만원 세대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은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가진 내재적 갈등요소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방식의 서투름에 있다. 불가피한 사회적 논쟁거리들을 다룸에 있어 건강한 토론과 폭넓은 참여보장을 통해 다 같이 해법을 모색하는 장(場)을 제공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국민연금 논란에서 볼 수 있듯 토론과 설득, 이해의 과정은 무시한 채 느닷없이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무책임한 정치권은 우리 사회를 갈등과 반목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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