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통감절요
조선 선비들의 필독서,요즘 사회 지도층에 권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
현대 중국에서 사마((司馬) 씨 가문은 그리 빛나 보이지 않지만 고대와 중세 중국의 역사에서는 상당히 뼈대가 굵어 보인다.중국의 책 중에 우리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단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번역한 소설 '삼국지'일 것이다. 위, 촉, 오의 명멸하는 영웅들 중 대부분 독자들은 유비, 조조, 손권, 제갈공명, 관우, 장비, 조자룡 정도를 비중 있게 떠올린다. 개중에 유비와 그의 사람들이 절반을 넘는 이유는 명나라 초기 나관중의 팔이 몽골족으로부터 정권을 회복한 한족(漢族)에게 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국지 최후의 승자는 따로 있다. 바로 제갈량이 끝내 이기지 못하고 죽었던 조조의 전략가 사마의(司馬懿) 중달이다. 그가 위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후 손자 사마염에 이르러 사마 씨 가문의 진(晉)제국이 수립됐다.
사마의 이전에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사마 씨가 중국 역사의 아버지, 궁형을 당했던 비운의 사내 사마천이다. 그의 역작 '사기(史記)'의 뿌리는 사서오경의 '춘추(春秋)'에 가 닿는다. '춘추'는 공자가 쓴 노나라의 역사서인데 소신 있는 가치판단과 간결한 필치를 사마천의 '사기'에 전수했다.
그리고 11세기 송나라 시대에 또 한 사람의 대단한 역사가가 등장하는데 그 역시 사마 씨인 사마광(司馬光)이다. 그가 기원전 403년 주나라 위열왕부터 서기 959년까지 1,362 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자치통감(資治通鑑)'이다. 총 249 권의 방대한 자치통감을 같은 송대의 학자 강지가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 50 권으로 축약한 것이 '통감절요(通鑑節要)'다. 이를 충북대 사학과 김정화 교수가 완역해 총 4 권으로 출판했다.
외국원서의 번역은 누가 했느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극명한데 5년의 공을 들인 저자에 따르면 '통감절요는 주자(朱子)가 절대진리던 조선 중기 이후 선비들의 필독서였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조선의 역사, 사상, 제도를 연구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김정화 교수의 '통감절요'는 한글세대를 염두에 둔 번역에 주력한 것이 남달라 보인다.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한글과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쓴 대신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은 주(註)를 달아 꼼꼼한 설명을 붙였다. '통감'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서 구실을 하게 하려는 저자의 배려였다는데 역사학자가 아닌 필자에게도 연속되는 사람과 사건의 흥미진진한 행간에 숨은 공감과 반면교사의 교훈이 쉽게 다가온다. 더불어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한문, 한자의 복기는 덤이다.
힘만 믿고 명분 없이 조나라를 공격하다 멸족 당한 지백을 두고 사마광(온공)은 "지백이 망한 것은 재주가 덕을 넘었기 때문이다. 총명하고 강하고 굳셈이 재(才)고, 정직하고 중화함이 덕(德)이다. 덕이 재주를 넘으면 군자이고, 재가 덕을 넘으면 소인이다. 소인이 재를 가지면 악을 행하는데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다.
'제 부덕의 소치로 물의를 일으켜 유감이다'는 사회 지도층이라면 사회를 위해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유가 '통감절요'에 저리 명료하게 명시돼 있다. (통감절요(通鑑節要) / 김정화 역주/ 충북대학교 출판부 / 4 권 각 2만 4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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