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가방 든 이재용 부회장, 삼성 의전 관행 개선 주문
경영진 특권 의식 없애고 관행처럼 남아 있던 허례허식 걷어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의전 관행 바꾸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해외 사업장에서의 과도한 의전 절차에 대해 수차례 지적하고 나선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 사장단 및 고위 임원들의 의전을 전면 금지했다.
과거 삼성 최고위 경영진들이 갖고 있던 특권 의식을 없애는 한편, 관행처럼 남아 있던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더 나아가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인식 격차를 줄이며 기업 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9일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거듭된 강한 의지로 삼성 내부의 의전 문화 개선이 본격화 되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지난해 수차례 해외 사업장에서의 과도한 의전 절차를 지적한데 이어 최근에는 사장단 및 고위 임원들의 의전과 특권 의식을 버릴 것을 주문하며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과거 최고위 경영진들이 출장을 나갈 때는 수 주일부터 관련 동선을 미리 탐방하고 식당 음식까지 미리 먹어보고 경영진들의 취향에 맞춰 메뉴를 고르는 등 의전에 만반을 기해왔다.
일각에선 과도한 의전도 이어졌다. VIP가 방문하는 식당이나 호텔 등의 가전제품을 자사 제품들로 바꾸거나 바꾸기가 어려울 경우 제품 자체를 가리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문화는 고위 임원들까지 이어졌다. 부하직원이 미리 공항에 나가 비행기 티켓을 받아 놓거나 임원들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해외 현지 법인에선 법인 임직원들이 공항에 함께 나와 90도로 인사를 하는 등의 의전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의전 관행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경영진 및 고위 임원들이 특권의식을 갖고 부하 직원에게 과도한 의전을 지시하는 고루한 의전 문화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때 마다 낡은 여행 가방을 직접 끌고 다니며 일체의 의전을 거절하고 있다. 전용기가 아닌 민항기로 출장을 떠날 때면 직접 짐을 들고 표를 받는다.
해외 법인들의 의전은 물론 국내서도 의전 일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의전 문화 개선을 위해선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의중이다.
해외 공항에서 VIP가 방문 할 때면 줄 지어 도착을 기다리던 법인 주재원들의 모습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한때 주재원 업무의 절반 이상이 의전이라는 비아냥도 삼성 내부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삼성에서 보여주기 식 의전이 사라지며 일부 특권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경영진 및 고위 임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현재 임원이 된 구세대와 신세대인 일반 사원들과의 소통도 잦아진 것은 물론 삼성 특유의 경직된 기업 문화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예전 임원과 출장을 갈 때면 출장 목적 보다 임원 모시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의전이 줄어들며 고위 임원들의 특권의식도 사라졌고 이로 인해 경직된 사내 문화도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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