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도는 세속화에 빠진 ‘한국교회 구원투수’

행복미디어, 일기·편지·설교·묵상·일화 등 매일 한편씩 접할 수 있는 ‘365 묵상집’ 되살려내…하루 한 끼 먹는 진리의 한식, 한국교회 살리는 이용도 읽기 제3권, ‘평전’과 ‘시편’ 속편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독립운동가이자 목사, 부흥사, 예수교회 창립자였던 고 이용도 목사(李龍道, 1901~1933년)의 일기와 편지, 설교, 묵상, 일화 등을 매일 한 편 씩 접할 수 있는 묵상집이 발간됐다.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는 33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예수신앙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줬던 이 목사를 묵상집으로 되살려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편저자 정재헌(33)씨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실망한 사람을 만나는 건 서울 명동거리에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흔한 일이 됐다. 이런 ‘위기’ 상황에 이용도를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를 병들게 하는 세속화, 교권투쟁, 기독 없는 기독교, 비복음 등으로부터 건져낼 ‘구원투수’라고 정씨는 강조한다. “이용도는 85년 전 조선교회 내 이런 위기를 알고 철저한 신앙으로 그것을 이겨내고자 해 그를 보면 배우고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는 1064페이지로 엮은이는 교수나 목사가 아닌 신학대학원생이란 점이 특이하다. 이 책은 저자의 5번째 책으로 이용도와 관련해선 3번째 다.

정씨는 현재 시무언(是無言) 선교회 간사며 호서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전공하고 있다. 2014년엔 ‘이용도 목사 평전 : 기독교의 재출발’과 ‘이용도 목사 시편 : 주님이 들어오시는 문’을 펴내 이 목사의 한국적 예수신앙을 널리 소개했다. 11년간 25개국을 공부와 자전거여행, 선교활동으로 ‘방랑’한 정씨는 이 목사 글에 붙들려 한국으로 끌려오게 됐다고 한다.

‘이용도 목사 전집’이 복원되는 것을 천명(天命)으로 안다는 정씨는 전집이 온전하게 되살아나 우리 교회에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한국인의 몸에 맞는 신앙동력이 풍부하게 공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 평전이나 시편, 묵상집은 전집복원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묵상집을 여는 순간 독자들은 이용도와 동지들의 편지, 그의 일기, 설교문, 전기, 동지들의 증언, 집회참석자들 간증 등으로 당시의 세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믿음의 조상들이 고난 중 붙잡았던(혹은 붙잡힘 받았던) 예수그리스도에 접하게 된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했다.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는 성경에 주석을 달 듯 이용도와 동지들 글에 나오는 지명, 인명, 용어, 한자 등에 간략한 해설을 곁들여 앞서 출판된 이용도 책들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를 갖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더 깊이 ‘고난과 영광의 시대’ 속으로 들어가 믿음의 선조들을 만나 신앙의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이용도의 이야기는 첫 책이 출판됐던 1934년부터 올까지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더 힘차게 전파되는 걸까. 거기에 담긴 한국적 예수신앙에 접하게 될 때 독자는 그것을 자기의 사건으로 체험하는 일들이 있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 정씨는 “현대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에 접속된’ 신앙을 경험할 것”이라며 “그분들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사건을 통해 오는 ‘영적 기운’은 ‘오늘 살기’에 든든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글쓴이가 캄보디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이용도 목사 전집’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지금 하는 다른 어떤 일보다 이 목사의 책 한 권이 하나님나라에 유익하리란 확신을 얻게 돼 하던 모든 것을 접고 가진 모든 것을 부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책은 묵상집, 간증글, 추천사로 이뤄진다. 묵상집은 365편의 묵상을 담고 있다. 이용도의 글이 먼저 나오고, 필요할 땐 정씨가 해설과 주석을 곁들여 여행가이드처럼 독자를 본문의 세계로 안내한다. 묵상의 끝엔 때때로 기도문을 덧붙여 묵상이 독자마음에 깊이 자리할 수 있게 돕는다.

간증글은 이용도의 신앙을 접해 깊은 감동을 받았던 목회자, 장로, 선교사, 교수, 권사, 청년 등의 간증 7편으로 짜였다. 이 목사에게 도전을 받아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에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새로 하게 됐는지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덕을 세우고 독자의 믿음을 강화한다.

추천사는 원로 및 현직목회자, 교수 등 기독교대한감리회, 미국연합감리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호헌, 그리스도의교회, 예수교회공의회 등 교파를 뛰어넘어 8명이 썼다. 추천사도 하나의 글로 읽힐 만큼 분량이 적잖다.

한국교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흥사요 신앙가인 이 목사는 생전에 본인이 펴낸 책 한 권 없었다. 신문사, 잡지사에 몇 번 원고를 보내주고 전 조선교회가 함께 쓸 성경공과 반 년 치를 영한 번역한 정도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의 사후 그와 관련된 책들이 처음 나온 1934년 ‘이용도 목사 서간집’을 필두로 차곡차곡 출판돼 1986년엔 ‘이용도 목사 전집’ 10권이 마무리됐다. 이용도의 원래 자료인 ‘서간집’이나 ‘일기’가 초판, 재판된 해는 1934년, 1937년(서간집 2권), 1953년, 1966년, 1967년, 1969년, 1975년, 1982년, 1986년, 1993년, 2004년 등이다.

어떻게 그의 책은 변화무쌍해 옛 것이 금방 사라지고 새 것으로 대체되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일까. 가치와 유익이 없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2014년에도 원자료를 각색해 ‘이용도 목사 평전’과 ‘이용도 목사 시편’이 출간됐고 올해는 ‘이용도 목사 365 묵상집 : 진리를 드소서’가 나왔다. 이용도에게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예수그리스도란 보배일 것이다.

정씨는 이용도를 오해와 비방에서 건지고 바로 알리기 위해 반세기를 절대고생으로 욕당하고 참아냈던 고(故) 변종호(1904~1984년) 목사를 본받아 ‘이용도 전집 복원’ 외엔 알지도, 원치도, 갖지도 않으면서 하루씩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용도(李龍道, 1901~1933년)는?
독립운동가, 감리교 목사, 부흥사, 예수교회창립자이다. 1901년 4월6일 황해도 금천군 서천면 시변리(178번지)에서 태어났다. 1915년 개성 한영서원에 입학했고 1919년부터는 독립운동으로 4차례 수감됐다. 1924년 협성신학교(현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하고 1928년 1월 졸업 후 강원도 통천에서 사역했다.

그는 1928년 11월부터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남감리회 원산지방에서 활발하게 부흥회를 인도하며 선풍적 기도운동을 벌였다. 1931년부터는 지역과 교파를 뛰어넘어 그를 초청하려는 교회들이 전국에서 들끓었다. 그의 부흥회를 통해 각처에서 뜨거운 기도운동과 전도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높아지고 성도들의 기도열과 전도열이 높아질수록 이를 질시하는 교권자들의 분노열도 높아졌다. 그러던 중 교계에서 욕먹고 버림당하는 한 청년을 버리라는 강요에 동의하지 않음으로 적대자들의 연합적 공격을 받고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용도를 따라 한국교회를 개혁하려던 초교파적 세력들은 이때에 이르러 이용도를 떠날 것을 강요받았다. 이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도 기성교회로부터 내침을 받았다. 처음엔 반대했으나 이용도는 쫓겨난 무리들 고통과 간청으로 1933년 6월 한국 자생교단인 ‘예수교회’를 창립, 선언했다. 1933년 10월2일 원산에서 서른셋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문의 (☏02-2275-0924, 010-6290-5577)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