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게 정작 '인권·복지'가 없다 <하>

(사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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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2년차 생활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수지(46ㆍ여ㆍ가명)씨. 김씨는 평일 오전 11시 출근해 오후 8시까지 근무하고, 격주로 토요일 근무도 서지만 손에 쥐는 돈은 월평균 135만원 수준이다. 대학생ㆍ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며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씨에게 135만원은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다른 곳보다는 급여수준이 월등히 많은 편이라고 한다. 김씨는 생활이 어려워 격주로 쉬는 주말에는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12시간씩 하고 7만원을 번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 소외계층이 늘어나면서 복지수요가 양(量)적ㆍ질(質)적으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지키고 발굴해야 할 사회복지사들은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이라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간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 전체 사회복지사의 85%(국가인권위원회, 2013년)가 민간 사회복시시설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민간 시설은 급여체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극소수 기관의 경우 정부의 임금가이드 라인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발표한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들의 평균 임금은 196만4000원이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평균임금 243만원(2013년 기준)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중 협회ㆍ재단ㆍ단체 등의 위탁 운영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 월 평균 임금이 166만5000원으로 평균보다도 무려 30만원이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훈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간사는 "복지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인프라를 갖춘 사회ㆍ종교단체들이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나서고 있다"며 "그런데 민간단체는 수익성 확보로 인해 임금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시스템은 더 열악한 처우에 내몰리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된다. 경상남도의 한 민간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영아(28ㆍ여)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그가 첫 달을 일하고 손에 쥘 수 있었던 실수령액은 90만원에 그쳤다. 박씨는 "급여가 너무 적다보니 화장품 하나 살 돈이 없어 주말이면 아르바이트 등 투잡(Two-job)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아동ㆍ장애인들을 돌보다 보면 휴식시간도 전혀 없을 만큼 바쁜데, 주말 수당은 기대조차 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전국에 산재한 '지역아동센터' 4000여곳 역시 숨겨진 복지 사각지대 중 하나다. 지역아동센터는 각 지역에서 부모가 일하는 동안 돌봐줄 곳이 없는 저소득층ㆍ차상위계층 어린이들을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곳으로, 1만명에 가까운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시설장의 경우 124만3000원, 생활복지사(사회복지사 2급 상당)의 경우 113만90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역아동센터가 열악한 상황에 빠져있는 것은 인건비조차 분리돼 있지 않은 비현실적 지원 때문이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전지협)에 따르면 저소득ㆍ차상위계층 어린이 19명 이상 30명 미만을 수용할 수 있는 표준형 지역아동센터에 교부되는 정부ㆍ지자체의 지원금은 약 432만원에 그친다. 그나마 이 지원금 중 15%는 의무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인건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36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공간대여료와 사무실 운영비, 식비 등 잡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시설장 1명, 생활복지사 2명의 인건비를 충당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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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많은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센터장의 사비(私費)나 후원금을 통해 인건비를 간신히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생활복지사들에게 권고한 임금액 147만1000원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성태숙(50) 구로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장은 "10년째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정부에 인건비라도 분리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개인 책임하에 운영되다보니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중적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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