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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경계가 무너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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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2O(Online to Offline)란 단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선택한 후 온라인에서 싼 값에 주문하는 쇼루밍(showrooming)과 반대로 온라인에서 선택한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역쇼루밍(reversed showrooming)이다.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닌데 스마트폰 보급 확대, 사물인터넷(IoT)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장, 무엇보다 핀테크의 성장에 따라 그 잠재력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워비파커(Warby Parker)는 눈여겨볼 만하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지만 미국 내 11개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 선택한 안경 착용 모습을 볼 수 있고 5개의 안경을 배송 받아 5일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홈트라이온(Free Home Try On) 서비스도 제공한다. 안경을 판매하는 O2O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동 창업자인 데이브 길보아(Dave Gilboa)는 '현재는 안경을 판매할 뿐 전자상거래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워비파커는 전문영역이 없는 기업이란 의미다.
이렇듯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은 전통적인 정부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역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연구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초 분야나 우주 등 거대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해왔다. 그러나 미국 민간재단인 하워드휴즈 의학재단의 대표적 모험연구 지원사업인 인베스티게이터 프로그램(Investigator program) 수혜자 325명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14명 배출되었고 평균 지원기간은 약 24년이었다. 아무리 기초연구 지원시스템이 견고한 미국이지만 민간재단이 오히려 정부 기초연구 지원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정부지원보다 유연하고 장기적인 지원, 비관료적 시스템으로 연구자들에게 선호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고비용 저효율의 낮은 생산성,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른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항공우주산업 시대를 선언했다. 이후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Space X), 아마존이 인수한 로켓엔진 개발업체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설립자 폴 앨런(Paul Allen)이 세운 우주비행기 회사인 스트라토론치 시스템스(Stratolaunch Systems)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새로운 블루칩인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미국 항공우주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정부 연구개발 영역을 대신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들이 OECD 연구개발조사 표준지침인 프라스카티 매뉴얼(Frascati Manual)을 기반으로 기초연구, 응용연구, 실험개발 등의 선형적 단계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각 단계별로 연구조직이나 담당 부처의 임무를 구분하기도 하고 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과제들을 특정 단계로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연구 단계별로 넘어가면서 전 단계의 결과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등 성과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신 기초연구에서 바로 실험개발로 넘어가거나 응용연구에서 바로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등 기존 선형적 연구개발 단계를 파괴한 상호작용 모델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과 빠른 시장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기술과 산업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단발성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연속적 혁신 발생이 가능한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전통적인 기업의 영역,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 기술개발 단계 등 인위적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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