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겪지 않은 기준금리 1.75%, 은행도 두렵다" 전전긍긍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매일 비상회의다.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지수형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간접투자상품 출시를 고민 중인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안갯속이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갈지, 투자상품으로 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A 시중은행 부행장은 17일 오전 임원회의 후 한숨을 내쉬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75%로 인하한지 닷새째. 고객들만큼이나 은행도 고민이 깊어간다. A 부행장은 "기준금리 인하 후 상담 문의가 늘고 있는데 투자 상품 가입으로 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예ㆍ적금 만기가 임박한 고객일수록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눈치인데 초저금리 시대는 우리에게도 고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수신금리를 기준금리 인하폭인 0.25%포인트만큼 낮췄다. 정기예금 상품인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는 연 1.8%에서 연 1.55%로 내려갔다. 하나은행도 예ㆍ적금 상품 금리를 0.1~0.3%포인트씩 내렸다. 국민ㆍ신한ㆍ우리 등도 곧 예ㆍ적금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협의회를 통해 관계 부서와 협의해 여ㆍ수신 금리의 인하 폭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영업전략을 함께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금리 조정이 단행되면 연 2% 초반대로 나왔던 예ㆍ적금 특판 상품은 자취를 감추고 연 1% 중반대의 예ㆍ적금 상품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은행들은 고민이 깊어간다. 금리 인하 후 이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객이나 고수익 투자처를 찾은 고객들의 자금이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 12일 고객예탁금은 17조5365억원으로 전날 17조6795억원 보다 0.9% 줄었다. 예탁금은 고객이 주식 및 채권을 사고팔기 위해 증권회사에 맡긴 자금과 주식, 채권을 매도하고 인출해 가지 않아 증권회사에 남아있는 자금이다. 예탁금이 늘면 주가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날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도 1073억원이나 됐다. 이같은 흐름은 은행들의 당초 예상을 빗나간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후 정기예금에 주로 돈을 묵혀온 안정 성향의 자금이 지수형 ELS나 ELD 등 파생상품과 주식시장, 해외 펀드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외 펀드로 자금이 일부 유입된 것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시중은행들이 PB센터를 중심으로 간접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우리은행이 지난주 50억원 한도로 발행한 월 지급 ELS 신탁엔 자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정기예금에 주로 돈을 묵혀온 안정 성향의 예금자들이 여전히 공격적 투자에는 소극적인 셈이다.
은행권은 예적금ㆍ펀드ㆍ카드 등이 복합된 상품으로 안정지향적 고객을 공략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안정성을 높인 ELS 상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며 IBK기업은행은 카드와 펀드, 적금이 혼합된 수신 복합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협은행도 펀드와 수익형부동산 등을 결합한 상품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박국재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PB팀장은 "ELS 중에서도 월 이자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코스피200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을 개발해 30~40대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5000만원 중 3000만원을 ELS에 투자해 연 3.4%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ELS에서 나오는 수익은 연간 102만원이고 2000만원에 대한 정기예금 이자(연 1.8% 가정)는 36만원으로 총 138만원을 챙기게 된다. 정기예금으로만 5000만원을 굴렸을 경우 수익인 90만원보다 48만원 많은 것이다. 박 팀장은 "지금 예금금리 수준이라면 30~40대 고객은 투자상품 비중을 전체 자산의 70%까지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게 좋다"며 "다만 60대 이상 고객이라면 안전자산 비중을 60~70%로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향후 1~2년간은 변동금리로 받는 게 낫다"며 "기존 고정금리 대상자들은 지금 변동금리로 갈아타기 보다는 조금 더 금리 움직임을 지켜본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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