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의 경제학]대기업 인재보는 눈…세 가지가 달라졌다
세가지 늘었다=탈스펙·직무적합성 평가 대세로 굳혀져…인문학 중시 여전
세가지 줄었다=인문계·여성에 여전히 좁은문…채용시장 전반적 10%위축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최서연 기자]원선아(25ㆍ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씨는 요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관련 막바지 공부에 여념이 없다. 1년 전부터 SSAT를 준비한 그는 "겨울방학 때 5일 동안 5~6시간씩 하는 특강을 들었고 최근에는 문제집도 많이 사서 풀고 있다"면서 "마지막이니까 미리 시작했고 시간도 더 할애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요즘 SSAT는 '묻지고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단 지원해야 하는 0순위다. 지금까지는 지원만 하면 치를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SSAT를 볼 수 있다. 삼성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는 지난해 2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상반기 삼성의 채용에는 대기업 공채의 특성이 녹아 있다. 요약하면 3증(增)과 3감(減)이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스펙 초월과 직무적합성, 인문학 중시 현상이 두드러진 반면에 전반적으로 채용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문계와 여성의 취업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SSAT 막차를 타려는 취준생의 지원이 폭주해 최소 40대 1 이상의 경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탈(脫)스펙 채용은 대세로 굳어졌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지원서에서 사진,부모 직업,주소를 없앤 데 이어 올해는 동아리, 봉사활동 내역란을 폐지해 지원자의 이름 등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인재를 뽑기로 했다. SK그룹은 상반기부터 스펙 폐지를 선언했다. 학력과 전공, 학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외국어, 정보기술(IT)능력, 해외경험 등의 스펙을 일절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LG그룹도 수상경력과 어학연수, 봉사활동을, 포스코는 학력,어학능력, 학점(면접 시)을 각각 없앴다. 삼성그룹은 하반기부터 출신대학과 어학능력을 보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승무원 입사원서에서 증명사진란을 없앴다. 탈스펙이 확산되면서 삼성그룹(SSAT),현대차그룹(HMAT),SK그룹(SKCT),두산그룹(DCAT), 롯데그룹(L-tab)등이 자체 인적성검사를 개발했고 현대중공업은 '해치'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상반기부터 실시한다.
유통, 금융, 서비스업의 경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선호 현상이 고착화되는 추세다. 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장려시키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인문학과 관련한 질문 문항을 포함시켰고 신세계와 CJ의 경우 인문학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게 된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GS그룹 등 주요 그룹들은 근현대사를 비롯한 역사문제도 중요한 잣대로 평가한다. GS그룹은 GS칼텍스에서만 실시했던 역사 시험을 올해는 전 계열사로 확대했고 현대차 역시 인ㆍ적성평가에 1000자가량의 역사 에세이 전형을 실시한다. 기아차는 역사에세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견줘 '문사철'(문학ㆍ사학ㆍ철학) 등 인문계 전공자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서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 계획 인원 중 문과 대 이과 비율은 40.8% 대 59.2%로 이공계가 크게 우세했다. 성별선호도 존재한다. 취업포얼 사람인이 19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전체의 55.7%가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 여부'가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62.9%가 '남성을 선호한다'라고 했다.
상당수 구직자가 대기업 입사를 바라지만 입사 관문은 더 좁아졌다. 잡코리아 조사 결과 2015년 대졸 신입직 채용을 진행하는 175개 기업들의 채용인원은 총 1만4029명으로 기업당 평균 80명가랑이다.이는 지난해 신규채용규모(1만5610명)보다 10%가 줄어든 수준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10대 그룹 가운데 올해 채용을 늘리기로 한 곳은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뿐이고 다수 기업들이 아직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자기 PR면접이나 역할면접 등 다양한 형태의 면접에도 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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