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진보’ 하승주의 장하준ㆍ진중권 실명비판

“장 교수는 자료 짜깁고 진중권 씨는 모른다” 꼬집어…진보진영 ‘신자유주의’ 남발도 지적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식과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소셜 허브’를 인터뷰해 소개합니다.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43)은 진보적이면서도 기존 진보와는 다른 ‘실사구시적 진보주의자’다.

그는 진보진영에서 한국의 현실을 비판할 때 앞세우곤 하는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을 거부한다. 그는 “신자유주의라는 '마법의 단어'처럼 한국 지식사회를 황폐하게 한 말도 없다”며 “이 단어를 쓰는 모든 이들은 정의와 용법을 달리하면서 다들 아무런 불편없이 마구 남발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글에서 이 단어가 나타나는 빈도에 따라서 글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 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자유주의와 연결지어 반대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미 FTA 관련 논쟁은 그 참가자들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하나의 시금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그야말로 한심함과 우울함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거 체결되면 나라가 망하니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류의 정치적 선전선동이 난무했다”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한 이야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 소장은 “그것도 배울 만큼 배웠다는 경제학자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다. 그는 페이스북에 장 교수가 내놓은 일련의 주장을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장 교수는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는 무시하거나 확증 편향으로만 실증 자료를 수집한다”며 “이런 태도는 지식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격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로 경제와 정치가 만나는 접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며 그런 문제로 왜곡된 에너지 가격 체계를 들었다. 등유는 저소득층이 많이 쓰던 난방용 연료…다. 정부는 그런 등유에 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등유에 매긴 세금을 아직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기요금은 덜 올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등유가 전기보다 비싸게 됐다. 저소득층은 겨울에 비싼 등유를 때기 부담스러워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한다. 그러다 전기장판 과열로 화재가 발생해 생명과 재산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 소장은 “등유에 붙은 세금을 낮춰 뒤틀린 에너지 가격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는 경제 이슈이자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 소장은 경제를 중심으로 폭넓게 강연하고 있다. 교육회사 백미인(100miin.com) 사이트에 27가지 주제로 강연해뒀다. 다음은 최근 하 소장과 페이스북 메신저로 나눈 문답이다.

- 여러 분야를 연관 지어 강연하시는 데에는 소장님의 이력이 바탕이 된 듯합니다.

“대학은 법대(연세대_를 졸업했지만, 첫 직장은 증권회사였습니다. 그곳에서 경제를 매우 실전적으로 또 열심히 배웠습니다. (95~97)

이후로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해온 직이었던 고시생활이 있습니다. 무려 6년(1998~2004년)을 때려박았는데, 결국 포기했습니다. 시간은 좀 아깝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정말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어떤 지적 분야를 끝까지 파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배웠고,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풀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후 국회의원 정책보좌관(5급비서관)을 약 2년(2006~2007년)간 하면서 다시 현실정치와 정책문제를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인터넷 언론사에서도 정치부에서 약 1년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현재까지 약 6년 정도를 시사경제 콘텐츠 제작 일을 해 왔습니다.”

- 소장님께서는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갈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글을 쓸때 ‘평론가’의 언어가 되지 않을까 늘 염려하는 편입니다. 저는 ‘행동가’ ‘플레이어’의 언어로 말하고 싶습니다. 강 건너 불을 보는 식의 글을 쓰는 것은 제가 가장 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에는 늘 ‘감정’을 실어서 보내고 있습니다. ‘희노애락’의 감정은 절제될 필요는 있겠지만, 배제된 글은 죽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잡문일수록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집니다. 감정도 안 들어가는데 이런 잡문은 왜 쓰나 싶어지니깐요.“

- 의견의 장에서도 종종 악화가 양화를 구축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을 호도하거나 오도하는 불량 지식과 주장을 몇 가지 짚어주시죠.
(하 소장은 신자유주의 담론을 기사 앞에서 전한 바와 같이 비판했다.)

- 이와 관련해 소장님께서는 실명 비판을 꺼리지 않고 계십니다.

“저는 때린 만큼 맞는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실명비판을 못하는 매우 큰 이유가 이 맞을 각오가 힘들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중권, 강준만, 김규항, 박노자 등의 전세대 ‘논객’들을 대부분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각 인물을 촌평했다.)

진중권: 제발 모르면 모른다고 해 줘!!
강준만: 너무나 정파적인 태도. ‘반노’라는 정치적 지위가 에스컬레이트 되어 아예 이데올로기까지 되어 버린 수준.
김규항: 지겹고 또 지겹다. 하나마나한 소리, 들으나 마나한 소리.
박노자: 상동

하 소장은 한국의 정치ㆍ경제와 관련해 가장 앞세우고자 하는 주장은 “가치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정의로움‘과 ’공평무사함‘ 같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