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구주 가구, 소득 가장 많지만 평균소비성향은 60대 이상과 함께 최저수준
#2. 60대 초반의 L씨. 30년 가까이 다닌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퇴직한 지 벌써 5년여가 됐다. 퇴직후 조그만 사업을 시작해 한때는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대기업 다닐 때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도 하나둘 회사를 그만두면서 사업도 위축됐다. 아이 둘 가운데 한 명은 취업을 했지만, 한 명은 취업준비 중이다. 그동안 들어둔 연금저축과 국민연금을 합쳐 매달 180만원을 받는다. 좋아하던 골프는 이미 접었고 틈틈이 산에 다니면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게 낙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가계수지 조사가 전국 단위로 처음 실시된 2003년(77.9%)보다 5.0%포인트 떨어졌다. 평균소비성향은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율로, 이 지표가 하락한 것은 소비 비중을 줄이고 저축 등 흑자 비중을 늘렸다는 의미다.
가구주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60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81.1%에서 지난해 69.6%로 11.5%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2003년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해 큰 차이를 보였다.
40대 가구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79.8%에서 2013년 76.5%로 3.3%포인트, 39세 이하 가구주 가구는 76.2%에서 73.4%로 2.8%포인트 각각 떨어져 평균보다 낮은 하락폭을 보였다.
가구주의 나이가 많을수록 소비성향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고령화가 평균소비성향을 높인다는 '생애주기가설'과는 다른 양상이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연령별 소비성향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20∼30대에 높았다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얻는 40∼50대에 저축 증가로 낮아지고, 노년에는 다시 높아지는 'U'자 형태를 나타낸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길어졌지만 노동 공급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은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아 모든 연령층의 소비성향이 줄어들고 있고, 50대 이상에서 그 정도가 강해졌다"면서 "60대를 목전에 둔 50대는 소득이 많아도 노후 대비를 위해 더 아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