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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대학가 과티ㆍ과잠 왜 인기?…“서열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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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몰리면서 대학ㆍ학과 과거보다 더 의식…신촌에서 과잠 벗는 학생들도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연ㆍ고대라는 타이틀로 사람이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그 뱃지를 한강 물에 던져버리고자 했다.”

소설가 공지영이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에서 들려준 1980년대 대학생들의 의식의 풍경이다. 80년대 대학생들은 뱃지를 달지 않았다. 공지영처럼 뱃지라는 딱지로 인식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겠고, 엄혹한 사회에서 선택받은 존재로 지낸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부채의식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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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직장인 A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이 얘기에서 두 가지 생소한 대목을 접했다. 첫째는 신입생들이 과 티셔츠를 좋아해 밖에서도 입고 다니겠다고 말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른바 ‘SKY 서성한’ 사이에서도 재수나 삼수해서 서열이 한 등급 위인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A는 최근 알게 된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들춰봤다. 저자는 한 서울대 학생이 느낀 캠퍼스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3년 사이에 서울대 풍경은 급변했다. (중략) 대학 건물 사이사이로 서울대 이니셜이 박힌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출몰하는 광경은 너무도 생경했다. 최소한 몇 년 전까지 서울대라는 학벌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선 부끄러운 주홍글자였고 그래서 학생들은 내심 학벌경쟁의 승자임을 자랑하고 싶더라도 서울대를 드러내는 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을 어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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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저자 오찬호는 대학 야구 잠바의 패션에서 대학의 서열화를 읽는다. 그는 “대학의 과잠(학과 잠바)이 마치 그 개인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소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십대 대학생들은 야구 점퍼를 패션의 영역이 아니라 어떤 신분증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연구 대상으로 만난 대학생의 65%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교 야구 점퍼를 볼 때 “일부러 학교 이름을 확인한다”고 답했다고 전한다. 또 실제로 과잠을 입는 비율은 이름이 알려진 대학일수록 높았다고 말한다. “신촌에 있는 대학들보다 낮은 서열의 대학 학생들은 신촌으로 놀러오면 자신들의 과잠을 벗어 가방에 넣기 바쁘단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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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성균관대를, 성균관대는 중앙대를, 중앙대는 세종대를, 세종대는 서경대를, 서경대는 안양대를, 안양대는 성결대를 ‘무시’한다. 또 같은 학교 내에서도 인기 학과 학생들은 비주류 학과 학생들에 대해 우월감을 보인다. 세칭 명문대에 다니면서도 한 등급 위인 대학의 더 좋은 학과를 지망해 다시 입학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다. 대학과 학과의 서열화는 취업문이 좁아져 경쟁압박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된다.
이 책은 2013년 12월에 출간됐다. 대학의 서열화를 넘어서 상위 대학 재학생들이 그 서열을 드러내는 행태는 양상을 달리해 지속되고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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