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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자 정부와 가난한 경제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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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세수에도 둔화되는 성장률…유동성 악화, 여행산업 위축, 글로벌 금융허브 상실의 3대 악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홍콩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수를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지지부진하다. 홍콩의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4%에 그쳐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홍콩의 성장률 둔화가 심상치 않다면서 정치·경제 구조개혁 없이 홍콩의 봄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오는 31일로 마감되는 지난해 회계연도 예산흑자 규모가 640억홍콩달러(약 908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종전 정부 전망치 91억홍콩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정부 지출보다 거둬들인 세금이 그만큼 더 많았다는 뜻이다.

정부 수입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다. 각종 거래에 적용되는 높은 세율 탓에 부동산은 홍콩 정부에게 쉬운 돈벌이(easy cash) 대상이 되고 있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홍콩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둔화되는 경제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위스 USB은행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과거 홍콩 경제의 번영을 불러왔던 글로벌 유동성 공급, 본토 여행객 유입, 세계 금융 허브 등의 3가지 조건들이 올해 모두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위기 이후 풀어놓은 달러는 홍콩의 유동성 붐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 달러화에 연동된 홍콩 달러는 홍콩이 정부가 안정된 통화정책을 펼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미국의 유동성 축소, 금리인상 예상 등은 홍콩 경제에 되레 역풍이 될 수 있다. 10년간 강세를 유지해온 홍콩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등을 돌리고 있는 중국 관광객 역시 홍콩 경제에는 마이너스다. 불과 수년 전에만 해도 본토인들의 홍콩 방문은 현재의 두배 수준인 1억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한국, 일본, 대만 등이 경쟁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여행지로써 홍콩의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중 홍콩을 찾은 중국인들의 숫자는 20년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여행산업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홍콩 정부의 잘못도 있다. 관광산업은 홍콩 GDP의 8%를 차지한다. 하지만 홍콩 저부의 관광산업 투자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이는 싱가포르가 5~6%의 GDP를 여행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금융허브이자 중국의 핵심 금융 중심 도시로서의 홍콩의 위상도 저물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호주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홍콩을 통하지 않고 직접 무역거래를 하고자 한다. 상하이(上海)를 포함해 본토 도시들의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홍콩에게는 악재다.

마켓워치는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로 홍콩 경제가 입을 수혜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후강퉁이 장기적으로 홍콩 항셍지수를 띄우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증시와 홍콩 경제간 괴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반중 시위는 지난해 한번으로 그치지 않을 듯하다. 이는 홍콩의 정국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며 투자자들의 이탈 속도를 빠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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