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BOJ의 추가 양적완화에 걸림돌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달러·엔 환율이 120엔대를 돌파한 가운데 계속되는 엔화 약세(엔저) 현상이 일본 중앙은행 BOJ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을 어렵게 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시간으로 12일 오후 12시6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8.70엔을 기록해 엔화 가치가 순식간에 1.5% 절상됐다. 하락하던 엔값에 제동을 건 것은 BOJ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실행하기에는 현재의 달러·엔 환율이 부담스럽다는 우려다.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11·12일 이틀 연속 120엔을 돌파하자 BOJ의 추가 양적완화가 힘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BOJ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BOJ가 그동안 경제성장 촉진과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을 위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며 엔화 약세를 유도해왔지만 최근 엔저 부작용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추가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엔저 현상이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뜩이나 깨지기 쉬운 일본 경제 회복세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BOJ 내부에서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금 인상도 동반했지만 소비세율 인상 여파가 커 소비는 주춤해졌다. 여기에 엔저 현상으로 수입물가 가격 마저 급등하자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다. 소비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아베노믹스'가 추진되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한 것은 일본 수출업계에 적잖은 도움이 됐지만 소비심리에는 부정적 영향이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12년 12월 아베 정권 출범 후 반토막 난 상태다.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는 모리모토 요시히사(森本宜久) BOJ 금융정책위원도 이달 초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BOJ의 추가완화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효과보다 클 수 있다"며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스런 입장을 전했다.
BOJ 내부 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BOJ가 추가 부양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손꼽히고 있는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郞) BNP파리바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엔저의 부정적 효과가 뚜렷한 만큼 BOJ가 엔화를 더 떨어뜨리는 추가 조치를 단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엔저가 BOJ의 추가 양적완화 걸림돌로 작용하더라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의 통화정책 완화 의지를 꺾지는 못할 수 있다.
구로다 총재는 여전히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하고 말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일본 정부가 지난주 '리플레이션'(통화재팽창) 정책의 옹호자로 유명한 하라다 유타카(原田泰) 와세다대 교수를 차기 금융정책위원 후보로 지명한 것도 BOJ가 향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일본 물가 상승률이 올해 안에 마이너스권에 진입할 우려도 커졌다. 일본의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5%에 그치며 2013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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