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감독원이 10일 발표한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방향'의 골자는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 간여를 최소화하는 대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 금융질서를 바로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금융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엄정한 금융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신상필벌을 금융사 검사와 제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감독운영 방향 전환을 위해 첫번째 내세운 것이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 폐지다. 2∼3년마다 되풀이되는 금융당국의 백화점식 검사로 금융사의 시간적ㆍ물리적 부담감이 컸던 게 현실이다. 최근 3년간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가 연 평균 45회나 실시됐을 정도다. 이처럼 관행적으로 실시하던 금융사의 종합검사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2년 뒤 종합검사를 아애 없애겠다는 것이다. 올해 종합검사를 21회로 축소하고 내년엔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회까지 줄인 이후 2017년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빈번한 금융사고 발생, 경영상태 취약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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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사 축소에 따른 공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사전예방 금융감독시스템 등을 통한 상시감시 기능이 강화된다. 상시감시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소지가 있는 회사 중심의 선별검사를 실시해 경영건전성 저해행위, 중대한 위법ㆍ부당행위, 소비자권익 침해 행위 등 위반사항이 반복되거나 중대한 회사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영업정지는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해임권고 등의 엄중 제재도 내릴 방침이다. 진 원장은 "종전에 중징계로 인식돼 왔던 기관경고나 문책경고 차원을 넘어 영업정지와 최고경영자 정직, 해임권고 건의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해 주기로 했다. 금융사가 실시하는 배당, 이자율, 수수료, 증자, 신상품 출시 등에 대해서는 국제적 기준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준수 기준만 제시하고, 이 기준의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의 결정을 존중해 준다는 방향이다. 동시에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기준을 명확히 공개함으로써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자율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획일적 감독으로 인해 우량회사가 성장을 제약받지 않도록 금융업권별ㆍ금융회사별 특성과 수준을 고려한 차별적 감독 체계도 조성된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금융중개 기능을 제약하는 과도한 수준의 건전성 감독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이 양호하고,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경영실태평가가 일정등급 이상인 우량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일부 규제완화를 적용하는 등 자율성을 확대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투자업 분야에선 '시장질서 확립'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진 원장은 "주식 불공정거래, 분식회계, 불법 외환거래 등 자본시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 엄한 자세로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한해 금감원은 178건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규 접수했다. 2013년보다 4.3%(8건) 줄어든 수준이다. 그러나 관련 피의자를 검찰에 넘긴 건수는 지난해 451명으로 2013년보다 13.9%(55명) 증가해 불공정거래 건수는 줄어들면서도 범죄는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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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금감원은 정보접근성이 높은 기관투자자 및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상장법인 감리주기 단축, 중점관리 대상 사전예고를 통한 테마감리 실시로 자본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진 원장은 "회계감리조직을 새로 개편하고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라며 "쇄신 과제의 추진상황을 매분기별로 직접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감독운영 방향에 금융권은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종합검사를 받으려면 1~2달은 본업보다 검사에 협조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게 현실"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종합검사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로 이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과 자율성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금융사고나 문제를 쉬쉬하고 덮으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자율성 강화가 이런 악습을 다시 불러오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주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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