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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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폭행으로 보육 불안하지만 女 10명 중 9명 "맞벌이 하는 게 좋다"
배우자 소득 충분 가정 "돈 문제 떠나 일하겠다" 88%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1. 직장생활 9년차인 윤모씨(33)는 갓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 한시름 놨는데 최근 뉴스에서 본 한 어린이집의 CCTV 장면이 자꾸 떠올라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에도 가끔 불안감이 엄습하곤 한다. 친정도 시댁도 맡길 형편이 안되니 대안은 없다. 지난해 동기들보다 일찍 과장으로 진급한 윤씨는 아이를 위해 일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스스로에 대해 때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2. '워킹맘'으로 산지 5년이 넘은 류모씨(35)는 두 아이를 모두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한다. 다행히 이번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음이 있어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도 크게 걱정은 안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애들을 맡겼던 지난번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옮길 때까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류씨는 행여나 내 아이들에게 보복이 돌아올까 두려운 워킹맘들은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어린이집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그야말로 '을'이라고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에 대한 '워킹맘'들의 반응이다. 아이에게만 집중하자니 영원히 사회에서 도태될까봐 두렵고, 일에 집중하자니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회사에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워킹맘의 비애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정부 차원의 갖가지 대응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쉽사리 엄마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도 결혼 후 맞벌이를 하게 되면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기겠다'고 응답한 여성이 50%를 넘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어린이집 외 달리 대안이 없는 워킹맘의 현실을 반영한다.


취업포털 파인드잡(대표 최인녕, www.findjob.co.kr)이 전국 25세 이상 여성 1202명을 대상으로 '출산 후 맞벌이 의식'을 조사한 결과 57.2%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윤씨는 "친정, 시댁 양쪽 다 애들을 돌봐줄 형편이 안되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어린이집 외에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류씨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안좋은 뉴스를 접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 아이를 '가족이나 친척에게 맡긴다'(35.4%),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6.9%)는 의견이 있었고, '이웃에게 맡긴다'(0.3%)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윤씨는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으니 부모들도 체념 상태"라고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그래도…" 워킹맘들 자아실현 의지 커져 원본보기 아이콘


◆10명 중 9명 "맞벌이 필요"...배우자 소득 충분해도 일하겠다=보육환경 개선에 진전이 없어도 워킹맘들 대다수는 맞벌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설문조사 결과 국내 여성 10명 중 9명은 출산 후 맞벌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드잡이 전국 25세 이상 여성 1202명을 대상으로 '출산 후 맞벌이 의식'을 조사한 결과 '하는 것이 좋다'가 49.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24.9%), '반드시 해야 한다'(16.2%), '하지 않는 것이 좋다'(9%)가 뒤를 이었다.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9%를 제외하면 여성의 91%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의향을 밝힌 것이다. 연령별 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맞벌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0대(92.5%), 30대(91%), 40대(88.8%), 50대(85.0%)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 전 연령층이 육아와 일 병행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육환경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여성들이 일터로 나가길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한다는 여성들이 가장 많았지만 상당수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202명의 여성 중 62.9%가 '배우자의 소득만으로는 양육비 충당이 어렵다'며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다. 이는 더 이상 맞벌이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계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 외에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27%), '육아만 하자니 삶이 지루할까 봐'(6.6%), '배우자에게 눈치 보일까 봐'(3.5%)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배우자 소득이 충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도 육아에만 전념하겠다는 여성이 12.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87.9%는 '돈 문제를 떠나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과반수에 가까운 49.8%가 '육아와 병행 가능한 간단한 일을 하겠다'고 답했고, '끝까지 자신만의 커리어를 이어가겠다'(25.8%), '노후를 위해 더 열심히 일 하겠다'(12.3%)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끝까지 자신만의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답변은 대학생(37%), 대졸(31.7%), 초대졸(19.1%), 고졸(15%) 순으로 높게 나타나 고학력 여성일수록 자아실현을 위해 직장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외법인 국내지사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류씨는 "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면서 "내 경우는 물론 직장동료들을 봐도 아이를 다 키우고 난 뒤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육아와 병행하는 게 힘들긴 해도 커리어를 위해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10년 후 '한지붕 네가족' 찾기 힘들 듯=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출산기피 현상 때문에 10년 후에는 한 지붕 4식구의 모습울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파인드잡이 20대 이상 기·미혼여성 1203명을 대상으로 '출산 의식 현황'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30대 미혼여성 16.5%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혼여성(4.7%)의 약 3.5배나 높은 수치로, 20대 미혼 여성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환경 및 가치관의 변화로 출산기피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1명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견에는 기혼여성(29.8%)이 미혼여성(16.2%)보다 약 2배 높아 현실 속 육아 고충을 경험하며 1명만 잘 기르자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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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답한 133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 외 아이를 키울 만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대상 41.4%가 '과도한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로 꼽았고 2위는 '육아에 대한 사회보장 시스템 미흡'(19.5%), 3위 '자유로운 생활 불가능'(17.3%), 4위 '육아와 일 병행의 부담감'(15.8%), 5위 '아이보다 내 커리어 중요'(6.0%) 순이었다.


출산 적정시기에 대한 답변에도 직장생활에 대한 염려가 묻어났다. '결혼 후 2년 이내'가 48.9%로 1위, 그 뒤로 결혼 후 1년 이내(32.8%), 결혼 후 3년 이상(7.4%), 결혼 후 6개월 이내(6.8%) 등이 뒤를 이었으며 출산 적정시기를 선택한 이유로는 '신혼기간(47.2%)', 경제적인 여유(26.7%) 등의 답변 외 경력관리 상황(5.6%), 회사 상황 고려(2.6%) 등의 이유도 있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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