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수출 결제대금 18% 비중…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피해 불가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10년 만에 '투기 등급(정크)'으로 떨어지면서 대(對)러 수출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결제대금으로 받은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원화 환산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에 부적합한 'BB+'로 강등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또 떨어졌다. 26일 모스크바 시장에서 루블화는 전날 대비 6.6% 하락해 달러당 68.799루블로 거래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45%가량 내렸고 올 들어서만 10% 이상 빠졌다.

문제는 우리기업들이 러시아에 자동차 등을 수출하고 받은 루블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對)러 수출 결제대금으로 받은 루블화는 3억2730만달러(한화 약 3530억원)다. 3분기(4억568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결제비중으로 따지면 18%에 달한다.


루블화는 대러 수출에서 달러화(12억1680만달러 70%)보다는 결제비중이 낮지만 원화(5700만달러 3.2%)보다는 많이 쓰이는 통화다. 2007년 3분기 처음으로 러시아 수출 결제대금으로 한국은행 통계에 인식된 이래 꾸준히 결제통화 비중을 높여왔다.

특히 지난해 7월 본격화된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달러화를 통한 러시아 금융거래가 막히면서 루블화 결제비중은 상승해왔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무역거래에서 달러를 받아 미국을 거치는 금융거래가 제재대상이 되면서 그 대체수단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루블화를 결제수단으로 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루블화의 가치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이들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김세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통상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면 1달내에 강등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재료는 시장에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루블화가치가 더 폭락하고 있다. 러시아 교역기업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23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루블화 약세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도 "기아차가 루블화 약세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며 "4분기 러시아에서만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정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환리스크 관리로 루블화의 큰 변동성에 대처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선 전환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

러시아의 교역 규모 자체가 급격히 쪼그라들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12월18일 발효된 우크라이나 자유지원법은 미국이외 제3국 개인과 기업이 러시아를 상대로 금지된 거래를 했을 때 미국 행정부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김세진 연구원은 "기존에는 우리나라처럼 제재 동참국이 아니면 러시아와의 거래가 미국을 통한 달러 대금 지급을 통해서 이뤄졌을 때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자유지원법이 발효되면서 3국과의 거래도 제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