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표준계약서 채택 바람‥국제시장 효과 ?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올초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첫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 제작된 영화다. 제작사는 전 스태프들과 4대 보험 및 하루 12시간, 월 22회차 촬영 보장 등의 계약을 체결, 제작 초기부터 영화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제작사는 3억원 가량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영화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최근 국제시장의 성공으로 영화계에 표준계약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 4월 '퍼주기 논란'을 빚었던 '어벤져스 2' 서울 촬영 당시 국내 영화계는 헐리우드 제작 방식에 부러움을 표한 적 있다. 어벤져스 제작사는 촬영 2~3개월 전부터 주요 지역의 상인, 주민들에게 협조와 동의를 구하고, 촬영지 일대에 사전 현수막과 배너를 설치하고, 촬영 당일 수백 명의 스태프를 투입하는 등 시민 불편을 줄이려고 애써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벤져스 제작사는 소방차나 응급의료차량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경우 촬영을 시작하지 않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촬영을 끝내고, 촬영 시간이 1분이라도 초과된 경우 스태프들에게 시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등 스태프들의 안전과 처우를 존중하는 제작시스템을 보여줬다. 시간 초과 및 출연료 지급 지연 등 한국적 제작 관행과는 전혀 딴판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반성도 잇따랐다.
특히 우리 영화계는 밤샘 촬영, 저임금, 근로 조건 열악 등의 문제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2013년 제2차 영화노사정협약 체결 후 근로표준계약서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채택이 여전히 미흡하다. 국제시장 이후 근로표준계약이 늘고 있어 영화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근로표준계약서는 근로표준계약서 사용률은 2013년 5.1%에서 2014년에는 23.0%로 4배 이상 늘었다. 표준계약서 일부 수정해 일일 근로시간 준수, 4대 보험 등을 적용, 계약을 한 경우(준용)를 포함하면 2013년 17.9%에서 2014년 34.0%까지 늘어난다.
영화계는 '노예계약', '열정 페이'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높다. 정부도 영화 제작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오후 인천시 동구(창영동 5)에서 촬영 중인 영화 '시간이탈자'의 촬영 현장을 방문, 근로표준계약서 채택을 독려하고 나섰다. 영화 '시간이탈자'는 영화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체 스태프가 근로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촬영 현장 스태프 등 영화 관계자들과 제작사인 ㈜상상필름 안상훈 대표, 곽재용 감독, 배우 정진영과 현장 스태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시제이 이앤엠(CJ E&M) 권미경 상무 등과 함께 영화 스태프 근로여건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근로표준계약서 적용 후 일일 근로시간 준수와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안정적인 임금 지급 등 스태프 친화적인 근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좀 더 철저히 사전계획을 수립한 후 제작을 진행함에 따라 제작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영화산업노조 관계자와 스태프들은 “현재 근로표준계약서를 적용하는 곳이 소수의 기업과 제작사 중심"이라며 "아직 모든 스태프가 체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종이나 직급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계약들이 필요하므로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안내서나 사례 모음집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실례로 2012년 영화 스텝 근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화 스텝 10명 중 4명이 임금 체불 경험이 있을 정도로 수익 배분 거부 및 지연, 제한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외에 수익에서 회사 운영경비 및 대표의 개인 경비를 공제한 다음 수익을 배분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특히 예술인 계약 논의과정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제 3자에게 제공, 작품을 제작케 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불공정 관행이 만연한 상태다. 또 팀장급(퍼스트) 이하의 연 평균소득은 916만원으로 최저임금인 1148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컨드급 이하의 경우는 631만원이다.
이에 김 장관은 “작년 노사정 협약에 참여한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근로표준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 올해는 표준계약서 채택이 늘고 효과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영화현장을 정상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동참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또 “문체부 출자 펀드가 영화에 투자할 때는 그 자금이 먼저 스태프 인건비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체부는 영화산업 육성을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할 계획이다.또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등록제를 추진하고 '영화인 신문고'와 '불공정행위신고센터'를 통합, '영화산업공정환경조성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