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흉내내는 한국 농구, 정교한 슈터가 사라졌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호령한 '원조슈터'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됐다.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70)은 지난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 슛 대결 이벤트에 참가했다. 어깨가 아파 이벤트에서는 기권했지만 한국 농구 슈터 계보를 이은 이충희 전 원주 동부 감독(55), 문경은 서울 SK 감독(43)과 함께 코트에 섰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이 낳은 유일한 세계선수권대회 득점왕이다. 1970년 유고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경기당 32.6점(8경기 총 261득점)을 넣었다. 세계농구선수권대회 통산 경기당 개인득점 2위 기록이다. 1위는 그리스의 니코스 갈리스(경기당 33.7점)다. 신 전 부회장의 기록은 3점슛이 없던 시절에 나온 기록이다. 1대1 공격과 장거리슛이 모두 뛰어났던 신 전 부회장이 3점슛 시대에 뛰었다면 경기당 40점을 훌쩍 넘었을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스타 부재 속에 침체를 면치 못하는 한국 농구의 갈증을 표현한다. 그 갈증을 현재에 해결하지 못했기에 은퇴한지 41년을 맞은 '전설'을 소환한 것이다. 올스타전 둘째 날인 11일 '3점슛 콘테스트' 결승전에서 귀화선수인 문태종(39·창원 LG)과 전태풍(34·부산 KT)이 대결한 데서 보듯 한국 농구의 '슛쟁이' 계보는 존재감이 희미하다.
신 전 부회장은 슛에 대해 "농구의 시작과 끝이면서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슛이) 1㎝만 안 맞아도 림을 돌아 나온다"고 했다. 그가 보는 한국 농구의 가장 큰 문제는 정교함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신 전 부회장은 "선수들이 미국프로농구(NBA)를 자주 접해서 그런지 화려한 농구만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신 전 부회장은 '좋은 슈터'가 나올 조건으로 '자질'과 '노력'을 꼽았다. 슈터로서 자질이 있는 선수가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반복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터 부재'의 원인을 강한 수비에서 찾는 것은 '핑계'라고 일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우리 때도 상대를, 슈터를 놔두는 수비는 없었다"며 "나한테도 수비가 두 명씩은 붙었다. 그런 수비를 뚫고 득점할 수 있어야 진짜 슈터"라고 강조했다.
한국 농구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 농구는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014 세계 남자 농구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5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다.
신 전 부회장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못 내니 그 영향이 국내 리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좀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그가 길게는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자신의 몸값을 생각해 국가대표로 나가기를 꺼리는 선수도 있는데 프로 선수로서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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