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집을 생각해본다. 이른바 'with people'이다.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방식에는 함께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렇게 함께 사는 지혜가 행복한 주택을 만드는 기본이 아닐까.
기존의 뉴타운 사업과 같이 큰 규모의 땅을 수용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발사업과 달리 소규모 재건축이어서 짧은 시간에 사업진행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단시간 안에 도시의 모습과 주거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도시와 주거환경 변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 매력적이다. 최근 서울시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음으로써 앞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급속도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개발과 마구잡이식 건설로 도시 환경을 망가뜨릴 수 있다. 획일화된 아파트 문화를 비판하면서 시작된 방식이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막대기를 꽂아 놓는 듯'한, 또 다른 도시의 흉물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공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균형과 접합점을 찾을 때 사업의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공공성은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를 중요시하는 공간을 설정하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민들과의 소통의 공간은 투자에 대한 손실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더함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가치가 있다.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한 주민의 현명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적정 공사비에 따른 주민이 부담 가능한 비용은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또 다른 축이다.
결국 '작은 집 줄게, 큰 집 다오' 식의 기존 재개발ㆍ재건축에 대한 거품의 환상을 걷고 '헌집 줄게, 새 집 다오'로 마음을 낮추고 비우는 자세가 적극 요구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주거환경을 얻는 방법으로 인식해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더 나은 도시디자인'으로서 그 추진 형식과 내용, 도시 미관과 도시민의 삶에 소통과 행복을 담는 그릇으로 작동해야 한다.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우리의 주거문화를 다양하고 풍요로운 새로운 주거문화로 바꾸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더 나은 도시디자인을 만드는 적절한 도구로 사용 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오히려 독이 되어 황폐한 도시의 또 다른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존의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갖는 사회적ㆍ문화적 측면의 도시디자인 개념이 도입될 때, 더불어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가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해져 행복한 주택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도시의 질서와 양식을 만드는 혁신적 대안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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