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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락 속 건설사 '담합딱지'에 해외건설 수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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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락 속 건설사 '담합딱지'에 해외건설 수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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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외시장 겨우 뚫어가고 있는데…국내발 찬물
12조원 규모 쿠웨이트 정유시설 사업, 대법원 제재 확정 땐 한국기업 컨소시엄 제외될수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해외수주 영업에서는 '블랙메일'이 횡행합니다. 공사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가차없이 공격을 하는 것이죠.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업체에 대해서는 더 합니다. 외신에 흠결 있는 기사라도 나오면 발주처에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해당업체는 신인도에 결정적 상처를 받습니다. 중동 산유국에서 발주된 정유플랜트사업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국책사업에서 벌인 담합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다중의 제재를 받는 동안 이런 결과가 해외건설 수주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내수시장이 붕괴된 가운데 해외에서마저 일감을 따내지 못하게 되면 건설산업 자체가 공중분해될 것이라며 깊이 우려했다. 해외수주가 유일한 탈출구라며 대통령 정상외교 등을 통해 수주지원에 적극 나선 정부도 당혹스런 표정이다. 정부의 올해 700억달러 수주 목표는 이미 물건너갔다.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이 패키지로 계약의향서를 접수한 12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건설사업 역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담합제재 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내년 1월로 예상되는 낙찰자 선정 때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제외될 수도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외국 기업 컨소시엄들은 한국 건설사들의 법 위반이 잦아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으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외국 정부로서는 이런 부분을 백안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쪽에서는 해외수주를 독려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서슬퍼런 담합 처벌을 이어나가며 손발이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담합처벌이 잘못에 대한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건설업계는 담합을 불러일으킨 제도적 환경을 무시한채 겹겹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는 물론 대표와 임원 처벌, 법인에 대한 입찰참여 금지와 영업정지, 손해배상 등 복잡다기한 처분을 내리면서 기업의 영업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얘기다. 결국 건설사를 문닫게 할 경우 대규모 일자리를 빼앗는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 69개 건설사가 총 1조230억원 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또 최장 16년 3개월 동안 입찰참가제한을 받게 된다. 입찰담합 관련 제재는 최대 6번까지 가능한 구조인데 개인부터 법인, 기업, 공공기관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관련 법규도 다양하다. 형법과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담합 제재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최저가 낙찰제와 턴키제도 등 대형 토목사업에서 건설사들이 담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인 2008~2009년 발주된 대형 공공공사는 대부분 최저가낙찰제와 턴키 입찰로 진행됐다.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여러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공구로 나눠 공사를 발주했다. 턴키 방식은 전체 공사비의 3% 가량이 설계비용으로 쓰이고 여기에 최저가낙찰제까지 적용되면 수익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건설사들이 제로섬 방식의 저가 입찰보다는 공구를 나눠 전략적으로 입찰하는 방법을 택한 이유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사정기관이 예산절감을 위해 담합행위를 적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1000억원짜리 사업을 700억원에 하도록 입찰제도가 만들어진 탓에 쉽게 담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구조로는 국민 다수가 이용해야 하는 시설물이 고품질로 건설될 수도 없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입찰제한과 과징금, 사업별 중복제재는 경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은 입찰담합건에 대해 제재금만 부과한 후 종결시켰으며 네덜란드는 패스트트랙 제도와 리니언시제도를 활용해 제재금만 부과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이 위축되면서 해외건설 비중이 커졌는데 담합 처벌 못지 않게 해외 건설사업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건설로 건설업이 국내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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