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20년이란 세월 동안 마음으로 58명의 아이를 낳았어요.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잠시나마 가족이 돼 준 천사들 덕분에 참 행복했습니다."
8일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20년 근속상'을 받은 위탁모 이순임(57ㆍ여ㆍ사진)씨는 58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이들 모두 친자녀 못지않게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아기 때문에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 가정이 참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엄마가 돼 주자는 마음이 생겼죠."
남편은 "건강도 좋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기를 돌보느냐"며 반대했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씨는 첫 아기인 도현이를 품에 안았다. 이때부터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이씨의 집에서는 아기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위탁모 활동을 반대했던 남편도 막상 도현이를 만나자 이씨 못지않게 도현이를 애지중지했다.
이씨가 돌본 58명의 아이 중엔 몸이 불편한 아이들도 있었다. 손이 많이 갔던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고 했다. 선천성 장폐쇄증을 앓던 준성이는 나뭇가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마른 아이였다. 가장 오랜 시간인 30개월 동안 함께한 수혁이는 발육이 더뎌 언어ㆍ놀이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는 "말을 못하는 게 꼭 내 잘못 같아 정말 열심히 가르쳤고 누가 수혁이에게 모자란다는 말을 하면 속이 상해 아이를 꼭 안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와의 이별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58번의 헤어짐은 번번이 힘들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 헤어짐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그리움이었다. 이씨 손을 떠난 아이들이 보고 싶어도 선뜻 '만나자'고 하지 못했다. 아이와의 만남이 자칫 아이에게 '입양아'였다는 불편한 사실을 상기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5년 만에 아이들과 해후할 기회가 생겼다. 15년 근속상을 받아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 살고 있는 7명의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덴마크에선 첫 아들 도현이를 만났다. 구김살 없이 밝게 자란 아이들을 보면서 이씨는 가슴이 벅찼다.
그는 "위탁모 활동을 시작한 뒤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아기들이 준 힘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며 "어디서든지 꿋꿋하게 잘 살아주길 바라고 늘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위탁 엄마가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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