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위원장의 말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불가피함과 난해함에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실제 야당의 행보를 보면 문 위원장이 과연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한 마당에 '남 잘되는 꼴' 보기 싫어하는 치졸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야당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어떤 정권도 이루지 못한 시대적 난제를 상대편이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앉아서 바라보는 것은 야당 입장에서 곤욕스러운 일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야당은 500만 공무원(과 그 가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겠다는 유혹에 빠졌을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자신들도 필요하다고 여기는 정책을 놓고 이런 '잔머리'를 굴리는 정당에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촉구하는 새누리당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일종의 '확인사살'처럼 들린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3일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부담이 40조원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야당이 비판만 한다. 연금 개혁을 위한 안이 있는지 있다면 밝혀달라"고 했다. 점점 코너로 몰리는 건 공무원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저질러도 지지율 40%가 유지되는 이 나라에서, 그들을 견제할 유일한 세력의 헛발질은 매우 뼈아프다. 국가를 위하는 일이라면 진영을 불문하고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지율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공무원연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고 공무원 설득에 나서며, 추진력을 발휘해 의제를 주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새누리당에게 빼앗기고 정권 창출에 실패한 악몽을 또 꾸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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