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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서 왔다' 소개하자 100명 시선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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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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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토리] 벤처, 운명의 그 순간 ② 브레인커머스 황희승 대표가 꼽는 감동의 순간
'안되면 또 하고 또 했더니…', 마침내 업계에서 마케팅 비결 물어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잡플래닛에서 왔습니다' 하는 순간 고개 숙인 채 휴대폰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저희 직원을 쳐다봤다는 거에요. 그 얘기 듣고 '아, 드디어…' 싶었죠"

4주 전의 일이다. 황희승 브레인커머스 대표(30)는 회사를 차린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최근 한 직원이 참석한 어느 컨퍼런스에서의 일을 꼽았다. 지난달 브레인커머스 마케팅팀의 정동광 팀장(30)은 한 소셜 마케팅 업체가 주최한 '마케팅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100여명의 마케팅 관련 업체 관계자가 참석해 서로의 마케팅 기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간단히 회사 소개를 했다. 컨퍼런스 내용을 좀 집중해서 듣고 싶어 홀 가장 중앙에 자리 잡았던 정 팀장은 자기 차례가 오자 일어나 "직장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는 잡플래닛의 마케팅 팀장 정동광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순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보고 있고 있던 100여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당황한 정 팀장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황 대표는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온 정 팀장에게서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우리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은 '모든 사람은 취업을 한다. 그러나 정보가 없다. 그걸 주자'라는 아주 심플한 생각에서 탄생한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다. 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한 덕에 지난해 12월 5명이던 직원 수가 현재 30명으로 늘었다. 브레인커머스는 업계에서 '마케팅을 배우고 싶은 회사'로 통한다. 정 팀장은 이 컨퍼런스에서 다른 회사의 마케팅 종사자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잡플래닛처럼 마케팅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황 대표는 그 비결이 '끝없는 테스팅'이라고 했다. 그는 "난 마케팅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가설을 세우고 실행한다. 반복된 테스팅을 통해 입증된 기법이니 안 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마케팅 철학은 직원을 뽑을 때도 드러난다. 마케터의 주요 자질로 꼽히는 '창의성'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우리는 성실한 사람을 뽑는다. 크레이티브한 사람들은 한번 해보고 안되면 좌절한다. 성실한 사람들은 했다가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또 하고 또 한다. 그게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서른 살에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아 보이는 황 대표이지만 그 이전에 숱한 '테스팅'의 과정이 있었다. 실패의 경험들이다. 미국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남긴 시점에 사업을 하겠다며 귀국했다. 잡플래닛 공동 창업자이자 절친인 윤신근 대표와 함께였다. "유학시절 둘이 바퀴벌레와 쥐가 나오는 방에 살았어요. 집 너머로 수영장 달린 저택이 보였는데 '우리는 언제 저런 집에 살 수 있을까'하는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둘은 처음 차린 회사에서 외주업체에 1500만원을 사기당해 업체 사장을 찾으러 곳곳을 수색하기도 하고, 가족으로부터 빌린 4000만원을 모두 날려버리거나 기업 사무실을 돌며 영업을 하다가 문전박대 당한 경험을 공유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잘하는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어요." 황 대표는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회사는 '일요일 저녁이 힘들지 않은 회사'다. 그는 "직원들이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가 끝난 후 '아, 내일 회사 가야돼' 하면서 괴로워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일까. 이 회사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4개월 전 회사가 이사하면서 직원들이랑 아예 사무실 한켠에 아기방을 따로 만들자고 했어요." 이 회사의 운영이사는 돌 지난 아기를 데리고 출근해 아기방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일할 때가 많다.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 사무실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일에 방해될 때는 없었냐고 묻자 황 대표는 "초반에는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기 소리가 안 들리면 너무 허전해요"라며 웃었다.

잡플래닛은 오는 12월 둘째주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를 발표하고 시상식도 열 계획이다. 그는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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