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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면죄부 내린 大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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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판결 내놓고도 "수사·재판행위 국가배상 책임 없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대법원이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받는 '긴급조치 9호'와 관련해 위헌 판결을 내놓고도 당시 수사와 재판 행위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했던 서모씨와 장모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하급법원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긴급조치에 의한 수사와 재판 때문에 국가배상 책임까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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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유신헌법 제53조 4항이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긴급조치 9호는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이나 언론보도를 원천봉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표적인 악법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 긴급조치 9호에 의한 수사나 재판 그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긴급조치 9호에 의한 피해를 구제할 특별법의 필요 등 법적 미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18일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스스로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면서도 긴급조치에 의한 수사와 재판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는 판단은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헌재는 지난해 3월21일 긴급조치 9호와 관련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헌법개정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자기모순과 함께 법의 형식논리에 빠진 독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나치 시대나 일제 시대 잘못된 법에 의한 수사나 재판 역시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하 치안유지법을 위반한 피해자에게 고문 등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일본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인가"라면서 "합법을 가장한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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