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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금 도둑 모나"…공무원사회 반발·체념·아쉬움·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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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본격 추진에 공무원들 엇갈린 표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번 주말 집회에 온 가족을 다 동원해 참석하겠다".(18년차 지자체 6급 공무원 A씨), "내년 쯤엔 너도 나도 퇴직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지 갑갑하다".(23년차 정부부처 6급 공무원 B씨)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이 본격화되면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체념의 한숨과 강한 반발 등 다양한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ㆍ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등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노총은 2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라리 공무원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라"고 주장했다. 공노총은 "당정청이 공무원들을 세금먹는 하마 취급을 하면서 국민들과의 이간질에 혈안이 돼 있다"며 공무원연금 폐지 및 국민연금과의 통합, 민간 수준과 같은 공무원퇴직금 제도 도입, 공무원 급여 및 수당제도 전면 개편, 노동3권 완전 보장, 근로기준법 적용, 인사정책상 불이익 조항 전면 폐지 등을 촉구했다. 전공노도 2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조 간부들의 삭발식을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위직을 중심으로 한 현장 공무원들의 반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서울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번 주말 여의도 광장에서 열리는 반대 집회에 온 가족이 다 참석하기로 약속했다"며 "노후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세금 도둑 취급 받는 것에 가족들이 모두 화를 내고 있다. 특히 퇴직 후 5년간 손가락이나 빨아먹으라는 여당안에는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무원노조ㆍ현장의 반발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강경 투쟁 및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등은 이미 파업기금 200억원을 모금해 놓고 다소의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감수하겠다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전공노가 2009년 파업 투쟁 당시 발생한 해고자들에 대해 아직까지도 생계기금을 지급하고 있기는 선례도 있다. 이번에도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정면 충돌할 경우 상황에 따라 다수의 해고자 또는 사법처리자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몇차례 실시됐던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주무부처 담당공무원들은 '왕따'를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모 부처 차관은 현재까지도 퇴직공무원단체 가입이 거부되고 선후배ㆍ동료들로부터 연락이 끊기는 등 무시당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쉬움 속에 체념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20년차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이나 재정 투입 문제는 누가 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게 국민들의 시각이고 공무원으로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다만 사전에 충분히 의견 수렴이나 논의도 없이 후배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연금 개혁이 진행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공무원은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들의 '배 아픈 사촌' 정서를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나도 힘들게 사니까 너도 힘들게 살아라는 식이 아니라 다 같이 잘살자는 식의 정책이 되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은 근본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5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도 대놓고 참여하지는 못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모금에 참여하거나 집회를 후원하는 식으로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5급 이상 간부들도 노조의 모금에 상당수가 참여했으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위직들이야 노조라는 조직을 통해 할 말이라도 하지만, 간부들은 그마저도 없어 더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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