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김형식 "혐의인정 안해" vs 檢 "증거 명백"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60대 재력가를 살인교사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44)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예상대로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김 의원과 변호사는 무죄를 거듭 주장했고, 검찰은 범죄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충분하다며 팽팽히 맞섰다.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정수) 심리로 열린 1차 국민참여재판에서 김 의원은 범행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피살된) 송씨가 김 의원을 압박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용도변경을 하는데만 5∼10년이 걸리는 것을 잘 아는 송씨가 초선 시의원에게 거액을 주며 청탁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의원으로부터 살인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팽씨(44·구속기소)가 범행 전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팽씨가 강도 목적으로 송씨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며 원점에서 재수사 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 측 주장과는 반대로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실제 범죄행위를 한 사람의 진술 증거가 바로 직접증거"라며 "팽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를 분명히 밝혔고 이런 진술은 수많은 증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가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연락한 사실, 범행을 전후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오랜시간 통화한 기록, 김 의원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팽씨에게 보낸 쪽지 3장 등이 '객관적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은 팽씨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도 이어졌다. 검찰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김 의원이 팽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과정과 팽씨가 범행을 주저하며 미룬 사실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범행 모의 초기에 팽씨에게 아는 살인 청부업자가 있느냐고 물었고, 증거인멸을 위해 송씨를 살해한 후 불을 지르라고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팽씨는 송씨 가족에게 사죄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살면서 웃지도 않고 죄인처럼 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법정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나오자 고개를 떨군 채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반면 김 의원은 재판 내내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범행장면이 나오는 영상을 똑바로 응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재판부가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참고해 당일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신청된 증인만 20여명에 달해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열린다.
김 의원은 부동산 용도변경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송씨로부터 5억여원을 받았지만 약속을 실행하지 못하게 되자 금품수수에 대한 폭로 압박을 받았고, 결국 지난 3월 자신의 10년지기인 팽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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