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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쌓은 소쿠리탑 서울역 광장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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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 광장 앞 소쿠리 설치 작품 '꽃의 매일'

옛 서울역 광장 앞 소쿠리 설치 작품 '꽃의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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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총천연색'展…8600개 층층이 올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옛 서울역 앞에 낯선 기둥들이 세워졌다. 높이만 무려 7m에 달하는 여덟 개의 대형 기둥이다. 모두 연두색과 빨강색으로 치장한 기둥들은 플라스틱 소쿠리 8600개를 켜켜이 쌓아올린 것이다. 서울역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최근 한번씩은 특이한 듯 쳐다봤을 작품이다. 누군가는 이 소쿠리 작품을 두고 불교의 연등을 떠올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했을 듯하다. 혹자는 '거추장스럽게 이게 뭔가'하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내 작업은 우선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 관객의 생각이 중시된다. 뭘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다." 작품을 기획한 최정화 작가(53)의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작품은 11월 중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예정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서울역을 지난다면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서울역 광장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노숙인, 비둘기, 종교인'이라는 재밌는 대답이 있다. 최 작가는 이들 중 노숙인을 호출해 이번 '소쿠리 쌓기' 설치작업에 참여토록 했다. 노숙인들 그리고 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3주간 작업에 함께 했다. 소쿠리를 위아래로 맞춰 케이블 타이로 묶고 이를 층층이 쌓아 올렸다. 작품을 만드는 것부터 감상하는 것까지 주체는 바로 작가가 아닌 '당신'이다. "당신의 마음이 나의 예술이며, 나의 취미가 현대미술이다"라고 말하는 최 작가의 작업 방식을 서울역 광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광장에서 울긋불긋 솟아난 '꽃의 매일'이란 작품이다.

최정화 작가

최정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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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작품 ‘꽃의 만다라’

시민 참여작품 ‘꽃의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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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광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 서울역 전체가 만개하는 꽃으로 피어났다. 왼편에 새로운 역사가 생긴 후 문화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는 건물 안의 내용물만 바뀌었을 뿐 리모델링을 통해 외부와 공간 형태는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그 속에 휘황찬란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 방마다 설치된 작품들의 제목은 '꽃의 향연' '꽃의 여가' '꽃의 뼈' 등과 같이 온통 '꽃'으로 소개돼 있다. 이번 전시 주제인 '총천연색'이 여실히 드러난다. 빗자루, 장난감 총, 인형 등 각종 플라스틱 물건들을 비롯해 공기를 주입한 풍선, 낡은 의자와 항아리, 무신도, 조명, 은박지, 셀로판지 등이 각양각색의 조합들이 등장했다. 이 중 상당수는 골동품이나 버려진 물건들을 오랫동안 수집해 온 작가의 컬렉션들이다.

민병직 전시감독은 "플라스틱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 인공물질문명의 화려함이 실은 가장 자연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면에서 우리 시대 문화의 역설이기도 하고 동시에 작가 특유의 화려한 조형적 다채로움과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인공과 모조로 가득 찬 세상에서도 자연의 본원적인 원리를 찾아 생명으로 재생· 재활시키는 이른바 '최정화식 생생활활(生生活活)'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2층의 널찍한 방 안에선 전시 기간 동안 완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시민참여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플라스틱 뚜껑 30여만개가 모여 이뤄질 '꽃의 만다라'라는 거대한 작품이다. 평범한 사물이 갖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대중과 함께 나누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최 작가는 "미술이 여전히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옆에 항상 함께 있는 예술로 같이 놀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19일까지. (02)3407-35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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