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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冊읽기]단숨에 배우는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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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땅 짚고 헤엄치기', '비올 때 우산 뺐기', '우물 안 개구리'. 은행을 둘러싼 비판들이다. 은행은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번다. 돈이 있을 땐 찾다가 궁할 땐 얄짤없다. 국내지향적이고 초보수적이다.

저자는 금융업에 대해서 이런 단골비판들을 소개하면서 업의 '근본원리'부터 이해하고자고 말한다. 은행은 돈이 생산성 높은 쪽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겉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예대마진은 금융에 혈맥을 대주는 은행의 존재이유다. 호황기엔 담보가치가 높아져 대출 여력이 커진다. 차입자 리스크도 과소평가된다. 불황기엔 담보가치도 떨어지고, 리스크도 과대평가된다. 은행의 불가항력이다.
올해 출간된 <단숨에 배우는 금융>은 이처럼 금융현상의 기저에 흐르는 원리는 알기쉽게 풀어써 준 책이다. 책은 금융이 생겨나 연원을 '남음'과 '부족함' 사이 불균형에서 찾는다. A씨는 여윳돈이 남아돌고, B씨는 당장 돈이 없다. 이 때 둘의 남음과 부족함을 채워주는 거간꾼이 '짠'하고 등장한다. 오늘날의 '금융'이다. 금융업은 A씨와 B씨의 만남에 있을 수 있는 정보비대칭성, 리스크, 높은 거래비용을 해결해주기위해 탄생했다.

금융구조를 은행 중심과 시장 중심으로 구분해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깊다. 저자는 은행 예금 보유 비중이 큰 국가는 은행중심의 금융구조, 주식이나 채권 펀드와 같은 시장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큰 나라는 시장중심으로 분류한다. 리스크 회피성향과 거래비용 규모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지만 상호보완하면서 서로를 도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발전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인도 사람들이 소를 키우는 이유를 '금융'에서 찾는 안목도 신선하다.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도 있겠지만, '낙후된 금융시스템'에도 원인이 있다. 인도는 전체 농촌의 7%에만 은행 지점이 개설돼 있다. 농부들은 번 돈을 현찰로 갖고 있는 것보다 소를 소유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긴다. 소는 유동성이 낮다. 팔아서 현금화하기 쉽지 않다. 무거운 자산을 묻어둬, 충동적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주변에 금융회사가 없을 때 투자패턴은 180도 달라진다.
책은 금융의 기본에서부터 시작해 경제의 초석이 되는 금리, 머니마켓, 자본시장, 상업은행, 투자은행, 그림자금융의 내용까지 넓게 뻗어나간다. 개념을 차근차근 알기쉽게 설명해주는 동시에 금융시장이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금융시장이 발달한 선진국과는 제도나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또 현재 은행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거시경제적인 안목으로 상세하게 풀어써준다.

저자는 1981년 한국은행에 들어와 조사국에서 통화금융을 오래 다뤘고, 뉴욕사무소 부소장, 정책기획국 수석부국장을 거쳐 해외조사실장, 발권국장, 금융시장국장을 두루 역임한 '한은맨'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현상을 초보자도 읽기 쉽게 저술한 데서 저자의 내공과 세심함이 드러난다.

그는 머리말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금융현상 근저에 흐르는 기본원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금융 이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현실세계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개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금융현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금융을 더 깊게 공부하기 전에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준비단계의 책자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단숨에 배우는 금융'/이흥모 지음/새로운사람들 출간/값 1만8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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