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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초이노믹스 온기, 재래시장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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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찾은 남대문 시장은 관광객들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찾은 남대문 시장은 관광객들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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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햇살이 따뜻했던 토요일(30일) 오후,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남대문 시장은 한국 대표 재래시장답게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장보러 온 주부들부터, 아이 손을 꼭 잡고 아동복을 사러 온 부부,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재래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골목 곳곳이 인산인해였다. 그러나 상인들이 느끼는 경기는 날씨가 무색하리만큼 차가웠다.

"건어물, 굴비 같은 거 소매 판매해왔는데 요새 잘 안돼요. 시골에서 직접 가지고 와서 마트보다 품질 좋은데..." 추석을 앞두고 매출이 늘었냐는 질문에 이화상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매해 매출이 줄어든다"며 "재래시장이 명맥만 유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상점도 마찬가지였다. 스팸, 참치 등 가공품 판매업을 30여년간 계속해왔다는 구본충(62)씨는 "예전에는 추석을 보름여 앞둔 시점부터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3∼4일 전에도 바쁠까 말까한다"며 "작년 추석보다 30% 정도 매출이 줄었고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실제 시장은 붐볐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이는 적었다. '풍요 속의 빈곤' 그 자체였다. 그나마 기대했던 온누리상품권 매출도 거의 없다고 했다. 기업들이 매년 나눠준다는데,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한양물산을 운영하는 김철준(62)씨는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하루 2~3만원에도 못 미칠 때가 많다"며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 돌아가고 상품권이 은행으로 도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대문 시장의 한 한과 매장. 2단으로 구성된 한과가 4~5만원대로 백화점 대비 절반 가량 저렴하다.

남대문 시장의 한 한과 매장. 2단으로 구성된 한과가 4~5만원대로 백화점 대비 절반 가량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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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빚음 '떡채움'을 운영하는 이윤주(47)씨도 "올해 경기 좋아진다고 하는데 재래시장에는 전혀 온기가 안 돈다"며 "온누리상품권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대신에 기업들이 차라리 그걸로 직접 단체 선물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대문 시장 상인의 한숨을 뒤로하고 경동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갖 한약재와 건강식품이 모인 경동시장이라면 요새 '건강 트렌드' 때문이라도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동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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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상회를 운영하는 한모(55)씨는 작년 추석이나 올해 설보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줄어든 여파가 아직도 있다"며 "정부와 시에서 재래시장 살리려고 노력하는 건 알지만 당장 온누리상품권 매출도 하루에 3만원 될까말까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동시장 초입에 있는 소담떡도매. 저렴한 가격에 떡을 판매하고 있었다.

경동시장 초입에 있는 소담떡도매. 저렴한 가격에 떡을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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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경동시장 초입에서 '소담 떡도매'를 운영해온 전명섭(53)씨도 날씨가 더워서인지 추석 분위기가 전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시장이 추석 앞두고 한달 전부터 붐볐는데 이제는 일주일 전인데도 사람이 없다"며 "예전엔 송편을 한꺼번에 사가서 냉동해놓고 먹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는 떡수요 자체가 줄어든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수년간 소담 떡도매를 찾았다는 채원희(61)씨도 말을 거들었다. 채씨는 "앞에 이마트가 있지만 너무 비싸서 도곡동에서 일부러 제기동까지 찾아왔다"며 "예전에는 이 떡집이 북적북적했는데 요새는 마트대비 반값이라 너무 싼데도 손님이 없어. 경기가 너무 죽은 거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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