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본적인 개념들이 모두 '간(間, 사이)' 한 글자를 품고 있는 것은 놀랍다. 인간(人間). 사람을 표현하면서 왜 그 뒤에 간(間)을 넣었는지 생각해보면 얄궂다. 사람이라고 하는 형체가 있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인간으로 보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 자체가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강조한 것일까.
시간(時間)이나 공간(空間)이란 말은 오묘하다. 시간이란 시(時)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고 공간이란 땅으로 표현되는 공(空)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 사이는 바로 인간이 존재하는 그 틈이다. 인간은 달력과 시계가 가리키는 어떤 두 지점 사이를 살고 지도가 가리키는 어떤 두 지점 사이를 산다. 그것이 시간과 공간이다. 사이가 없이 붙어있다면 인간은 존재할 곳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은 바로 이 '사이'존재라는 특징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시간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고 공간은 인간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슬픔과 기쁨은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과 기복들이며, 인간의 분노와 깨달음 또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출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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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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