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닫는 것이다.
입, 이라고 불러보면 입술이 저절로 단호하게 닫힌다.
입과 구멍은 다르다. 입은 닫히지만
구멍,이라고 말하면 틈이 생겨나면서 스스로 열린다.
입(이 + ㅂ)은 이를 감싸면서 다물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존재 속에 맹수를 숨기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들어오는 것을 부드럽게 하고 소화할 수 있게 돕는 하인같은 존재이다. 이가 없다면 단호하게 입을 다물고 있기도 어렵다. 이는 입술 뒤에서 입을 지키는 무장한 병력이다.
입이 정신이라는 것, 다문 입이 주체성이라는 것, 생계는 입의 문제라는 것. 이까지는 괜찮다. 입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입 속에 든 혀를 놀리고 침을 발라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인간은 참 묵묵히 살아갔을 것이다. 입을 오무려 목구멍을 피리처럼 가다듬어 휘파람을 불지 않았다면, 침을 뱉지 않았다면, 호오 없는 얼굴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입맞추는 인간은, 닫힌 것도 아니고 열린 것도 아닌, 입으로 이어진 내통으로 인간과 인간의 결합을 이루며 생명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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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