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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입은 닫는 것(5)

최종수정 2020.02.12 10:28 기사입력 2014.04.13 09:00

[낱말의 습격] 입은 닫는 것(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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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닫는 것이다.
입, 이라고 불러보면 입술이 저절로 단호하게 닫힌다.

입과 구멍은 다르다. 입은 닫히지만
구멍,이라고 말하면 틈이 생겨나면서 스스로 열린다.
입을 닫는 까닭은 열기 위해서이다. 닫지 않은 것은 열 수 없기 때문이다. 닫힌 것이 열려야 들어올 것이 들어온다. 입은 입(入)을 기다리는 입구이다. 들어올 때 열리기 위해서 닫아두고 있는 입구이다. 입을 지키는 것은 입술이지만 사실은 전신의 주재자이다. 닫음으로써 항온동물 내부의 온기를 단속하고 나쁜 공기의 유입을 막는다. 입은 인간이 내부만으로 완전하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 없다. 입을 영원히 다물었다는 것은 그래서 삶이 아니다. 입 속에는 이가 있다. 무엇인가를 물어뜯고 잘근잘근 씹기 위하여 톱과 칼과 채를 겸한 단단한 상아질을 박아놓고 기다린다.

입(이 + ㅂ)은 이를 감싸면서 다물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존재 속에 맹수를 숨기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들어오는 것을 부드럽게 하고 소화할 수 있게 돕는 하인같은 존재이다. 이가 없다면 단호하게 입을 다물고 있기도 어렵다. 이는 입술 뒤에서 입을 지키는 무장한 병력이다.

입이 정신이라는 것, 다문 입이 주체성이라는 것, 생계는 입의 문제라는 것. 이까지는 괜찮다. 입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입 속에 든 혀를 놀리고 침을 발라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인간은 참 묵묵히 살아갔을 것이다. 입을 오무려 목구멍을 피리처럼 가다듬어 휘파람을 불지 않았다면, 침을 뱉지 않았다면, 호오 없는 얼굴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입맞추는 인간은, 닫힌 것도 아니고 열린 것도 아닌, 입으로 이어진 내통으로 인간과 인간의 결합을 이루며 생명을 만들어낸다.
마음을 깊이 기울여 입을 의식하고 입을 생각하기만 해도, 인간은 인간을 벗어날 수 있다고 선인들은 말했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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