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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옹졸한 인간(4)

최종수정 2020.02.12 10:28 기사입력 2014.04.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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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옹졸한 인간(4)

[낱말의 습격]옹졸한 인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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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옆 양동마을에 가면 수졸당(守拙堂), 양졸당(養拙堂)이란 당호가 걸린 집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똑똑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똑똑해 보이려고 생쇼를 하는데, 저 사람들은 뭘 믿고 '못남'을 지키려 하고, 더구나 '못남'을 숙성시키려고까지 하고 있을까. 졸(拙)이란 자기 역량과 재능과 학문에 대한 겸허한 디스카운트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사는 가장 귀한 밑천이기도 하다는 생각. 해보았는가. 남들보다 못나기. 남들보다 어리석기. 남들보다 손해보기. 남들보다 덜 가져가기. 졸(拙)에 대한 옛사람들의 사유는, 고졸(古拙)의 경지까지 나아갔다. 옛사람들의 어리숙하고 덜 갖춘 그것이 훨씬 상수(上手)라는 것이다. 못나보이는 경지야 말로 옛 성인들이 추구했던 생의 완전한 면모라는 생각이, '고졸'(요즘의 '고졸 취업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에 대한 패션을 낳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못난이 패션?

옹(壅)은 막혀있다는 뜻이다. 뭔가 툭 트이지 못하고 꽉 막힌 사람. 그 답답이가 바로 '옹'이다. 옹은 뭔가를 껴안는 옹(擁)이나 둘레가 꽉 막힌 옹기그릇(甕)과 닿아있다. 원래 옹(雍)은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뜻하는 의미라고 한다. 어머니의 껴안음, 그 팔뚝 안같은 옹기가 바로 '옹'의 함의이다. '옹'을 이야기하면 모초(茅焦)가 생각난다. 한번 이야기를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모초이다. 그는 중국 제나라 사람으로 진시황의 신하가 되었다. 진시황이 어느 날 어머니인 태후를 '옹(壅)'이라는 땅으로 내쫓아버렸다. 어머니를 '옹'으로 내쫓다니 한자의 의미 그대로가 아닌가. 신하들이 격렬히 그 조치를 반대했다. 진시황은 그 중에 스물 일곱명을 끌어와 큰 솥을 걸어놓고 끓는 물에 사람을 집어넣어 삶았다. 사람 삶는 냄새가 진동하는 자리. 진시황은 그 침묵의 자리에 만족한 듯 좌중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저쪽 말석에서 한 신하가 일어났다. "어머니를 저버린 황제의 행위는 무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는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게 모초이다. 스물 일곱 명이 삶은 고기가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일어나 진실을 말한 그를 보고 진시황은 생각을 고쳐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명령을 내려 태후를 모셔오고 예전처럼 어머니의 공경을 다했다고 한다. '옹'은 진실은 가둘 수 없음을 말한 바로 그 역사적인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옹졸은, 옹하고 졸한 것이다. 옹은 생각이 갇혀있어 답답한 것이고 졸은 아직 생각이 자라지 못해 못난 것이다. 옹졸하기로 말하자면 나만한 자도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 옹졸 때문에 큰 잘못을 피해가는 일도 많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답답하고 어리석어서 저지르는 죄보다, 똑똑하고 잘나서 저지르는 죄가 훨씬 크고 많지 않던가. 최소한 옹졸한 자기에 대해 경계하는 그 마음만 지녀도, 천하의 똑똑이보다 훨씬 나을 때가 많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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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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