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독립선언문 초안 작성된 봉황각에서 어떤 일이?
강북구‘봉황각 3.1독립운동 재현행사’의 발자취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매년 3월 1일 전국 곳곳에서 1919년 일제에 맞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그 민족대운동 시작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손병희 선생이 3.1독립운동을 준비하고 시인 최남선이 기미독립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다는 봉황각.
이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1일 오전 강북구 우이동 봉황각을 찾았다.
강북구 우이동 솔밭공원을 지날 때 쯤 창문 너머로 울려퍼지는 풍악소리와 수 많은 태극기가 차량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작은 체구의 학생들이 농민복, 까만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태극기를 들고 있다.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구심이 생길 때 쯤 태극기가 거리로 나왔다.
200m 가량 길게 늘어선 태극기 물결은 95년 전 ‘자주독립’이란 민족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들풀처럼 일어난 그 날의 광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겐 3.1독립운동이 어떤 의미일까.
“최근 뉴스에 아베총리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일본이랑 또 전쟁 일어나는 거 아니냐며 부모님이 3.1독립운동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런 투쟁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마음 편히 잘 수도 없었겠더라구요”
특별한 의미없이 태극기를 흔드는게 아니였다. 지역 내 20개 중·고등학교의 학생 10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태극기 거리행진은 애국심 그 자체다.
봉황각에 이르는 거리 곳곳에도 태극기가 펄럭였다. 태극기를 단 차량들도 눈에 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학생들은 점퍼를 입지 않는다.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는 오늘만큼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2km에 달하는 거리가 학생들의 ‘대한독립만세’ 외침으로 물들 쯤 ‘대형태극기’를 앞세운 한복, 흰색 두루마기를 착용한 종교계 대표, 지역 주민들이민족대표 33인을 기리는 추모타종을 마친 후 합류했다.
봉황각 앞은 태극기물결로 가득 채워져 남녀노소, 계층, 출신지역을 불문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풀처럼 일어난 3.1독립운동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시민들도 처음엔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식이 진행될수록 3.1절의 의미를 서로 되묻고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려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본행사는 봉황각에서 열렸다. 맑은 물을 제단에 바치는 의식인 청수봉전을 시작으로 이범창 의창수도원장의 독립선언서 낭독, 강북구립합창단의 3·1절 노래 순으로 이어졌다.
재현행사에 참여한 2000여명 전원은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일제히 외치며 기미년의 함성을 되살렸다. 재현행사는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행사장 주변에도 많은 인파들로 가득했다. 3·1독립운동 전개과정 사진전, 태극기 나무가 열려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만세 주먹밥 만들기, 솜사탕·황금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 추억의 먹거리 부스는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였다.
매년 3월1일 3·1독립운동의 산실인 봉황각의 역사적 의의를 널리 알리고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강북문화원이 주관하는 ‘3.1독립운동 재현행사’가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특히 봉황각은 1912년 의암 손병희 선생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천도교 지도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당시 이 곳은 인적이 드문 경기도 양주군으로 일본 경찰들의 감시를 피해 조용히 3.1독립운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교육받은 지도자 483명은 3·1운동의 주체가 돼 구국운동의 최선봉에 섰다. 뿐 아니라 민족대표 33인 중 15인을 이 곳에서 배출했고 시인 최남선에 의해 민족대표 33인의 기미 독립 선언문의 초안이 작성된 곳이기도 하다.
국제 정세를 예의주시하던 손병희 선생이 기독교계, 불교계와 연합해 거족적인 3.1운동을 추진했으니 이 곳이야 말로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 민족의 성지가 아닐 수 없다.
봉황각 3.1독립운동 재현행사를 다녀오면서 “지금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자유와 풍요에 감사한 적이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주독립’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희생한 많은 선열들을 떠올리며 참된 자유와 민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3.1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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