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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수입화물 통관제' 해운사만 "동네북"

최종수정 2014.02.12 12:30 기사입력 2014.02.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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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수입화물 통관제도의 허점으로 국내 해운선사만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수입화물 통관시 화물인도지시서(D/O)발급 없이 화물 반출이 가능해 선사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국적선사 태영상선은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수입업체인 효산스틸에서 수입하는 콘크리트용 철근 3004톤(시가 20억원 상당)을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실었다.

이어 인천 내항 1부두로 안전하게 수송하고 하역업자인 (주)청명의 보세창고로 입고시켰다.

하지만 효산스틸과 청명은 지난해 4월 D/O가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수입화물을 먼저 반출했다.
수출입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이 D/O 징구제도가 폐지됨에 따른 결과라는 게 선주협회 측의 설명이다.

수입화물을 통관하려면 신고서류와 함께 선사가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D/O)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 제도의 폐지로 화물에 대한 금액 처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단 화물 반출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협회 측은 청명은 D/O없이 화물을 무단 반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T사에 제출했지만 효산스틸과 청명 간의 모의로 화물이 반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입업체인 효산스틸 대표는 이 화물을 임의로 처분한 뒤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중국내 구속된 것으로 알려진다. 청명은 도산해 하역근로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일본에서 철근을 공급한 수출업체인 '한와'가 오리지널 B/L을 제출하고 화물을 수송한 T사에 화물의 인도를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한와는 화물이 인도되지 않자 11월 물품대금 회수를 위해 일본에 기항한 T사의 용선선박을 압류했다.

수입업자가 빼돌린 화물로 인해 운송업체의 선박이 압류된 셈이다.

태영상선은 수출업체인 송화주의 청구에 대해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을 법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11월 상법 제769조 제1호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해 발생한 손해에 관한 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2심 청구도 기각했다.

선주책임제한규정을 통해 해상운송인을 보호하겠다는 상법상 조항이 '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면서 태영상선은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게 선주협회 측 설명이다.

현행 상법상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책임의 범위(상법 제795조)를 선적에서부터 화물을 수하주에게 인도하는 시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범위(상법 제769조)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 관련된 사항으로 제한돼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운송물 인도책임 범위와 선박소유자책임제한 범위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원은 화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운송인들에게 무한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상법 관련규정의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현행 통관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일부 부도덕한 수입상들 때문에 선사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며 "화물이 무단 방출돼도 선사는 이를 예방할 장치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화물 가액이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3월 이후 인천항에서 무단반출돼 처분된 철재 피해금액은 250억원으로 집계된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화물 무단반출 사고예방을 위해 D/O 징구제도를 부활해 줄 것을 국무총리실과 관세청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선주책임제한규정도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책임의 범위와 일치되도록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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