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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카드사 텔레마케터 4만명 "안녕하십니까?"

최종수정 2014.01.30 10:00 기사입력 2014.01.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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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현주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텔레마케팅(TM) 영업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텔레마케터(TMR)에 대한 고용안정까지 요구하면서 관련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TM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4만명에 달하는 TMR들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TMR은 전체 3만1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KB국민카드 1700명 등 카드사 전담인력 8500명을 합하면 TMR 규모는 4만명에 육박한다. 27일부터 TM 영업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들의 손발이 묶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에 TM 직원에 대한 수익보전을 포함한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부터 약 두 달간 TM 영업이 제한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온 TM 직원들의 기본적인 생활 안정과 이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영업 감소로 매출 축소가 예상되는 보험사와 카드사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라고 항변한다.

생명보험협회에서는 27일 보험사 TM 담당 부서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TMR 후속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입장이 달라 구체적인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며 "TM 직원들의 생활에 큰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참석자 대부분 할 말을 잊은 표정들이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2~3월 두 달 동안 마케터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를 주면서 유지를 할 지 아니면 이마저도 돈이 많이 들면 계약 해지를 할 지 대책을 강구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아웃바운드 영업(금융사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의 TM조직을 인바운드(고객이 금융사에 전화를 걸 경우 상담)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중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아웃바운드 영업을 인바운드로 전환하는 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면서 "인바운드는 대부분 홈쇼핑이나 케이블 TV 인포머셜 광고로 들어오는데 갑작스레 광고를 할 수도 없고 인바운드를 소화할 전화가 들어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업무를 전혀 하지않는 TMR들에게 수입을 보전해 준다는것 자체가 무리다. 보험사의 한 임원은 "TMR들이 하루 평균 1500~2000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영업이 중단된 3월말까지 40일(영업일 기준) 동안 최소 6만건의 계약이 날아가는 셈"이라며 "영업 축소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TMR들에게 수입을 보존해 준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TMR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종사자들 대부분이 생계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 이상 영업 중단은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력 8년차의 한 TMR은 "처음 2~3달 나오는 정착금과 매월 영업활동을 통해 받는 수입외에는 회사에서 받는 돈은 전혀 없다"며 "영업을 못하게 됐으니 다른 일을 찾아봐야 먹고살 수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법적 근거도 빈약한 비상식적인 조치를 무리하게 내놓으면서 멀쩡한 금융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금융사별 인력 운용이나 영업의 근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명확한 원칙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책은 전형적인 '땜질식' 대응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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