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이성재는 유쾌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성재는 ‘유쾌’보다는 ‘진중’이라는 단어에 더욱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그는 대중에게 몹시 친근해졌다.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의 도전. 단지 외국에 가 있는 딸들에게 ‘아빠 사는 모습’을 한 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MBC ‘나 혼자 산다’는 이성재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회성 출연을 생각했던 그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고정 출연에 나섰다. 두 딸과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아버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이성재는 배우의 옷을 입었을 때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시청자들은 그의 삶에 동화됐고, 처량한 기러기 아빠를 응원하기도 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더라고요. 놀랍고 고마웠어요. 고정 제의를 받고 고민할 때 큰 애가 ‘아빠, 예능이 대세에요’라고 문자를 했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저 스스로에게 너무나 힐링이 됐던 프로그램입니다. 노메이크업, 노협찬, 노헤어로 했어요. 설정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이성재라는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인 거죠.”
이성재에게는 ‘나 혼자 산다’가 2013년 가장 큰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다. 해보고 싶은 것, 만나보고 싶은 사람 모두 직접 의견을 내서 진행했다. 비록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그는 100% 몰입해서 촬영했다. 사실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아내가 반대해서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지금껏 사생활 노출한 적도 없었고, 집 공개도 없었고 잡지에서 집안을 찍는 것조차 한 적이 없었죠. 좋은 집도 아니고 내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게 내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결정했는데, 아내가 정색톤으로 ‘이건 아닌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실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걱정이 됐나 봐요. (아내의 반대가)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하기로 결정한 거라 설득을 했죠.”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된 대로 이성재는 아내와 딸들을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다. 세상이 좋아져서 영상 통화도 할 수 있고, 시각적인 건 해결이 되지만 후각만큼은 해결이 안 돼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아니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이성재는 이제 배우로 다시 활약해야 한다. 그간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했지만 영화에 대한 욕심도 물론 있다.
“영화 정말 하고 싶죠. 그런데 분위기가 안 좋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거동이 힘드시니까 밖에 나가지는 못할 상황이어서 드라마를 해서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죠. 한국 영화를 안 본 지 4년 됐어요. 제가 데뷔 때부터 대여섯 작품이 잘됐다가 2010년에는 잘 안됐다가 그랬거든요. 타율이 삼할 오푼은 돼요.(웃음) 영화로 또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예능을 통해 편안한 이미지를 심어준 이성재는 사실 두 말하면 입 아픈 연기파 배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도 그의 배우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된다.
“저는 배우의 나이는 공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이 오십이 돼서도 삼십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 사람이 지금 오십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작품 안에서 그 인물로 집중해서 볼 수 있으면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절대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그들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해요. 배우의 신상정보와 사생활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게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한때는 신비주의처럼 보여 거리감이 느껴졌던 이성재. 하지만 이젠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을 안고 돌아와 연기력에 인간미까지 지닌 배우임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떠한 변신을 보여줄지 대중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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