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내달 1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후보로 나선 미첼 바첼레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6~2010년 한 차례 대통령을 역임했던 그가 당선되면 칠레에는 4년 만에 다시 좌파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이와 관련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칠레 대선에서 베첼레트가 승리한다면 새로운 사회주의 정책들이 추진될 것이고 기적을 이뤘던 칠레 경제는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바첼레트 후보가 강력한 칠레 경제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 "노조의 힘 더 강해져야"= 바첼레트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노동조합의 권한을 강화하고 150억달러 규모의 과감한 정부 재정지출 계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150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82억달러를 교육 분야에 지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약 200쪽 분량의 정책 제안 내용을 공개하면서 "노조의 힘을 강하게 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올바른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묘하게 노조의 권한을 억압하는 기업들의 행위를 제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칠레가 "불평등, 빈약한 공공 서비스, 다수가 아닌 몇몇 엘리트들을 위한 정책들에 짓눌려 있다"고 주장했다.


칠레는 1970년 세계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공산주의 정권을 평화적으로 탄생시킨 국가다. 하지만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집권 3년간 취해졌던 사회주의 정책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극심한 인플레, 정부 재정 파탄, 생필품의 부족은 1973년 군부 쿠데타를 통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피노체트 정권은 파탄난 경제를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맡겼다. 이들 중 다수가 시카고 대학 출신들이었고 시카고 학파는 가격 자유화, 무역장벽 철폐, 공기업 민영화, 재산권 강화, 세금 감면, 정부지출 축소 등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일련의 개혁 조치를 취해나갔다. 이는 칠레 경제의 부활과 고성장으로 이어졌고 현재 칠레를 남미 국가들 중 가장 건실하고 안정한 경제 기반을 갖춘 나라로 변모시켰다.


신용평가사들이 칠레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남미 국가들 중 독보적이다. 피치는 칠레의 신용등급을 남미 국가 중 가장 높은 A+로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두 번째로 높은 페루의 BBB+ 등급보다 세 등급이나 높은 것이다.


이는 잔혹한 독재자로 평가받는 피노체트가 한편에서는 경제를 살린 영웅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첼레트 1기보다 사회주의 색채 강해질듯= 자유 시장주의 체제의 도입으로 지난 35년간 칠레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빈곤율은 50%에서 11%로 떨어졌고 1인당 국민소득도 4000달러에서 2만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250%를 넘었던 연간 물가 상승률도 지금은 7%를 넘지 않는다.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를 영어로 풀이하면 '새로운 다수(New Majority)'를 뜻한다. 누에바 마요리아는 지난 2006∼2010년 바첼레트의 첫 집권 당시 중도좌파연합체인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을 확장한 것이다.


피노체트의 독재 정권이 1990년 무너지고 이후 20년간 칠레에서는 좌파 정권이 유지됐지만 칠레 공산당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산당과 몇몇 좌파 성향의 정당들이 합쳐지면서 올해 초 누에바 마요리아가 탄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베첼레트가 당선되면 2006~2010년 집권 당시에 비해 사회주의 색채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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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는 베첼레트의 공약이 근본적으로 1940년대부터 아옌데 정권이 집권했던 1970년대 초반 취해졌던 실패했던 정책의 부활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파 진영에서는 이 때문에 베첼레트의 정책이 올해 초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중 영합주의 정책을 닮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베첼레트는 집권 1기 당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연임을 금지한 칠레 법 때문에 대선에 나서지 못 했다. 공군 장성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투옥돼 옥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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