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40거래일째 '바이(Buy) 코리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관의 '불편한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기관은 펀드 환매 물량이 이어진 데다 미국의 재정 불확실성 및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전환 가능성 등으로 제대로 된 포지션을 구축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길게 유동성 확장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는 포지션 정립은 기관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반면 기관은 펀드 환매 물량이 집중되면서 같은 기간 6조7577억원어치를 팔았다. 주식형펀드의 환매 물량은 지난 8월 말 이후 34거래일 동안 5조원을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매물을 출회 중이다. 지난 7월 이후 지분율 변동 기준으로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계, 자동차, 통신서비스 업종 가운데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는 자산운용사 등 국내기관이 적극적으로 매도한 업종이기도 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환매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기관의 매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정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대비 주가를 보는 데 익숙한 국내 기관은 조선·건설·화학 등 경기 민감주의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회복을 보면서 큰 그림에서 경기 민감주를 담는 외국인과는 매매패턴이 다르다"고 짚었다.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코스피 2050 이상에서의 환매 가능 물량은 5조~10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이 밸류에이션과 성장률 양면이 모두 매력적인 점,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유효한 점, 지수 레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실제 환매 강도는 언급되고 있는 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연말께에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사자' 전환도 기대됐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매매공방을 통해서 박스권 상단에 두텁게 포진돼 있던 매물부담을 완화시켜온 만큼, 향후 변동성 완화 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20%)을 채우기 위해 연말 매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는 높아진 지수 수준과 외국인이 이끄는 수급 상황에 기관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연말께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사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