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증세 '엇朴'을 겨눈 野의 칼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박근혜표 복지는 지속 가능한가. 1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의 최대 쟁점은 '돈 문제'다. 지난 대선 당시부터 포퓰리즘 논란이 거셌던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비관적인 세수 전망과 맞물려 논란을 키울 전망이다.
이 문제는 박 대통령 최대의 정치적 자산인 '신뢰' 문제를 건드려 더욱 인화성이 강하다. 기초연금에서 시작된 공약 후퇴 논란에 박 대통령은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저성장 우려 속에 '증세없는 복지' 약속을 지키라는 야당의 공세를 새누리당이 어떻게 방어할지 관심이 높다.
◆곳간이 비어간다 = 국가 재정 문제는 매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빠지지 않는 소재다. 하지만 올해 국감을 앞두곤 대내외 여건이 좀 더 팍팍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잇따라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씩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면 2000억원 남짓 세수가 줄어든다는 게 통설이다. 한은은 나아가 "성장의 하방 위험이 크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예상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세수 전망은 어두운데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에 따른 경직성 지출, 즉 의무적으로 지출하게 돼있어 줄일 수 없는 예산은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에선 2015년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수당을 제때 지급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증세나 지방세수 확대 등 추가 조치 없이는 2년 안에 복지 공약을 지킬 수 없는 날이 온다는 얘기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복지 공백 시점이 훨씬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급증하는 나랏빚 = 그 와중 경기 부양을 위해 확 늘려놓은 나랏빚은 재정에 큰 부담이다.
정책통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첫 해 순국가채무 증가액이 25조원에 육박했다"면서 "이는 이미 역대 정부의 5년치 나랏빚 증가폭을 웃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1년의 나랏빚 증가폭은 김대중정부 5년의 순국가채무 증가액 20조1000억원(연평균 4조원)을 크게 웃돈다. 연평균 증가액 기준으론 노무현정부 5년의 연평균 증가액 6조3000억원과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증가폭이 크다. 국책사업이 많았던 이명박정부의 연평균 증가액 19조9000억원과 비교해도 5조원이나 많다.
◆증세로 궤도 수정? = 가파른 나랏빚 증가폭을 조절하려면 세입을 늘려야 한다. 자산 매각과 증세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정부도 정책 기조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번 국감에서 야권의 화력이 집중될 대목이다.
단서가 되는 건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연설문이다. 현 부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제출한 연설문을 통해 "과도한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세입을 확충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해온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달 박 대통령 역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공감대 하에 증세를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당 내에선 각종 경제·복지 정책의 전제인 세입 전망부터 제대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세입 전망이 엉터리여서 수정을 거듭하는 사이 각종 정책이 누더기가 된다"며 "세수전망실명제를 도입해 전제부터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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