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 주말 KB국민은행의 주요 임원들은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었다. 도쿄지점 직원들의 부당 대출로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져서다. 국민은행은 뒤늦게 도쿄지점 직원 상당수를 교체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돈 사고는 무려 1700억원이 넘는 금액도 골칫거리지만, 5년 넘게 지속됐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은행권은 말한다. 도쿄지점은 지난 4월에도 야쿠자의 불법자금 4억5000만엔을 예치해 준 혐의로 일본 금융청의 조사를 받았다.

해외 지점의 잇따른 사고는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의심하게 한다. 내부에선 이런 대형사고의 배경으로 '인사 리스크'를 꼽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30일 "이번 사고는 제도가 아닌 사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윤리 의식이 떨어지는 개인이 지키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면서 "뒤늦게 드러난 이번 사고에서도 서류상 허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최근 금감원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또 "관리 감독이 어려운 해외지점에는 윤리 의식이 더 높은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데 개인의 인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이 파견되고 있다"면서 "3년마다 경영진이 바뀌어 직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인사를 낸다는 점 또한 이런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임기가 짧은 임원들이 단기에 실적을 내려다보니 영업지상주의로 흐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윤리는 뒷전 실적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큰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이름난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임기 초 대형 리스크 앞에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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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장은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신과 지점장 전결 모두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난 것"이라면서 "여신심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지점장의 전결권을 줄이는 등 본점의 통제를 강화해 추후 사고를 방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다만 "기본적인 제도 개선 외에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이렇게 큰 구멍이 난 것인지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제도를 정비해 추가로 손볼 곳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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