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김모(57)씨는 서울 마포구 전용면적 59㎡짜리 H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은 지 2년 이상 됐다. 2년 전만 해도 집 보러 온다는 연락이 왔었지만 최근 반 년 동안에는 문의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러다 이틀 전 부동산에서 집을 팔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그의 아파트 매매가는 3억8000만원. 이 아파트의 전세가는 2년 전 2억4000만~2억5000만원에서 최근 3억2000만원까지 급등했다.
#서울 강동구 빌라를 매물로 내놓은 박모(50)씨도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1년 전에는 집을 사려던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집 보러 온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이후에는 연락이 아예 끊겼다. 그러다 최근 전셋값이 올라서인지 집을 사겠다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9일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8.1%다. 이는 58.7%였던 2002년 9월 이후 10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성북구(65.8%), 관악구(63.1%)나 서대문구(62.8%), 동대문구(60.9%) 등은 업계에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기 시작한다고 보는 60%선을 넘어섰다. 경기도 전세가율은 60.1%, 인천은 57.1%다.
매매가는 떨어지고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줄었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1703만원, 평균 전세가는 795만원 정도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데 3.3㎡당 908만원가량 들었다. 올해 3분기에는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1551만원, 평균 전세가는 868만원이다. 갈아타는 데 드는 비용은 3.3㎡당 683만원 정도로 2년 만에 약 25% 감소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신도시는 0.07%, 수도권은 0.08% 올랐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전셋값은 2009년 3월부터 54개월 연속 상승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예전에는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전세에서 매매로 수요가 전환됐다지만 지난 7~8월에는 70% 이상이어도 주택 거래량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후 전셋값이 너무 높아지고 '8ㆍ28 전월세대책'으로 취득세 영구인하,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지원책 등이 나온 데다 가을 이사철에 맞춰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매매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이어 "이 같은 추세가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주로 중소형 주택 위주로 형성됐고 대형ㆍ6억원 이상 주택은 여전히 냉각기를 겪고 있어 주택시장은 양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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